마가복음 14장 3-9절 주해 및 묵상

마가복음 14장 3-9절

향유 사건의 장소와 의미

마가는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를 시작하며, 향유를 부은 여인의 사건을 중심에 둡니다. 장소는 베다니, 나병환자 시몬의 집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셨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병이 나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나병환자"라 불리는 시몬의 집에서 예수님은 초청을 받으시고, 한 여인은 향유를 담은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중한 환영의 제스처가 아닌, 그의 장례를 예비하는 깊은 상징적 행위였습니다. 예수님은 그녀의 행위가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신앙적 통찰과 헌신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이 여인이 누구인지 마가는 밝히지 않지만, 요한복음에서는 마리아로 소개됩니다(요 12:3). 그러나 마가는 인물의 정체보다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독자의 주의를 온전히 여인의 헌신에 두게 합니다. 그녀는 값비싼 향유를 아낌없이 부었고, 이 행위는 곧 자기를 비우고 그리스도를 높이는 믿음의 상징이 됩니다.

제자들의 반응과 예수님의 해석

향유를 부은 여인의 행동을 보고 어떤 사람들이 분노하며 말합니다. "어찌하여 이 향유를 허비하는가?"(14:4). 그들은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녀를 책망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책망을 가로막으시며, 그녀의 행위를 귀하게 여기십니다. "가만두라. 너희가 어찌하여 그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14:6)

이 구절은 예수님의 가치관이 세속적 계산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이 귀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은 메시아의 죽음을 앞둔 특별한 때였고, 그분께 대한 사랑과 믿음을 표현한 이 여인의 행동은 상황을 온전히 이해한 믿음의 반응이었습니다. 칼빈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은 단순한 헌물의 양이 아니라, 그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며, 이 여인의 믿음이 상황과 동기를 통찰하는 영적 지혜의 본보기라 말합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14:8). 이는 예수님이 스스로의 죽음을 완전히 인식하고 계셨음을 보여주는 말씀이며, 여인의 행동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계획에 참여하는 상징적 사건이었음을 밝히십니다. 어거스틴은 이 사건을 "신자 한 사람의 단순한 행위 속에서도 하나님의 깊은 뜻이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라 해석합니다.

향유 사건의 복음적 의미와 예수님의 약속

예수님은 이 여인의 행위가 복음이 전파되는 모든 곳에서 기억될 것이라고 선언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14:9).

이는 한 여성의 조용하고 보잘것없는 헌신이 인류 역사 속에서 영원히 기념될 것이라는 놀라운 약속입니다. 복음은 단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난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 고난 앞에서 누군가가 보인 사랑, 믿음, 헌신도 함께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 여인의 행동은 그리스도께 향한 진실한 믿음이 얼마나 강력한 복음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이 헌신을 통해 모든 시대에 성도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십니다. 값비싼 향유는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그녀의 믿음은 영원히 기록되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드리느냐보다, 어떻게 드리는가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훈합니다. 오늘날 우리도 삶의 향유를 깨어 그리스도께 드릴 때, 그것이 천국의 기록에 새겨질 믿음의 향기가 될 것입니다.

전체 결론

마가복음 14장 3-9절은 한 무명의 여인의 단순한 행동 속에 복음의 깊이를 담아내며, 믿음과 헌신의 본질을 되새기게 합니다.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은 계산하지 않으며, 전적인 드림으로 표현됩니다. 예수님은 그 믿음을 기억하시고 높이십니다. 우리도 오늘의 삶 속에서 그분께 향유를 드리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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