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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세계/성경토픽

성경에서 부정하다 여기는 것들

by 파피루스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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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부정하다 여기는 것들

성경에서 '부정하다'(히: טָמֵא / ṭāmēʼ, 헬: ἀκάθαρτος / akathartos)는 단순한 비위생적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부정결’ 혹은 ‘속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도덕적, 영적, 의식적인 차원에서 하나님과의 단절 상태를 뜻하며, 율법과 예언서, 복음서 전반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집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으로서 거룩한 백성이 부정을 피하고 정결하게 살아가기를 명령하셨습니다(‘레 11:44’). 본 글에서는 성경에서 ‘부정하다’ 여겨지는 것들을 분류하여 정리하고, 그 상징적 의미와 신학적 배경을 설명하며, 관련 성경 구절들을 중심으로 통계적 용례를 포함하여 설명합니다.

의식적·육체적 부정

의식적 부정은 율법에서 가장 상세하게 다루어지는 영역이며, 주로 레위기에 집중되어 나타납니다. 레위기 11장에서는 부정한 동물의 목록이 제시되며, 이는 음식 규정의 일부입니다. 예를 들어 낙타, 토끼, 돼지, 비늘 없는 물고기 등은 부정하여 먹지 말라 하였습니다(‘레 11:3-12’). 이는 단순한 식생활 규율이 아닌, 이스라엘 백성을 다른 민족들과 구별짓는 거룩한 삶의 상징이었습니다.

사람의 육체적 상태로 인해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산 후 산모는 일정 기간 부정하며(‘레 12:2-5’), 유출병, 나병(한센병), 시체 접촉 등도 사람을 부정하게 만들었습니다(‘레 13:3’, ‘레 15:2’, ‘민 19:11’). 이때 ‘부정하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는 상태, 성소 출입이 제한되는 상태를 의미했습니다. 이러한 규례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거룩함의 엄격한 조건을 강조하는 동시에, 인간의 타락한 몸이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거룩과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이러한 육체적 부정은 대부분 일정한 정결예식, 예를 들어 정결기간의 경과, 물로 씻음, 제사를 통한 속죄 등을 통해 회복될 수 있었으며, 이는 부정함이 영원한 상태가 아니라 정결함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정적 경계임을 뜻합니다.

도덕적·영적 부정

성경은 도덕적, 영적 차원의 부정을 더욱 근본적인 문제로 다룹니다. 우상 숭배, 음행, 살인, 탐욕, 거짓, 폭력 등의 행위는 영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사야는 이스라엘의 죄악을 두고 “너희의 손은 피로, 너희의 손가락은 죄악으로 더러워졌으며”(‘사 59:3’)라고 외쳤고, 예레미야는 백성이 “내 이름으로 거짓을 말하며 우상을 따르므로 이 땅을 더럽혔다”(‘렘 23:10’)고 책망합니다. 이때 ‘더럽혔다’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טִמֵּא(timmēʼ)이며, 이는 부정하게 만들다, 성결을 해치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특히 에스겔은 반복적으로 이스라엘이 우상을 숭배하고 이방 신전을 세우며 성소를 더럽혔음을 고발합니다(‘겔 8:6’, ‘겔 36:17’). 이는 우상숭배가 단지 외적인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함을 파괴하는 영적 부정이며, 그 결과로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는 경고입니다. 또한 말라기 선지자는 백성이 불완전한 제물을 드림으로 여호와의 이름을 멸시하였다고 책망하며, 이는 제사로 하나님을 모욕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말 1:7-14’).

신약에서도 이러한 부정함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보다 내면화되고 심화됩니다. 예수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마 15:11’)고 하심으로써, 진정한 부정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악함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악한 생각, 살인, 간음, 음행, 도둑질, 거짓 증언, 비방” 등이 사람을 부정하게 한다는 이 말씀은 율법의 정결 규례가 영적 교훈으로 완성됨을 보여주는 핵심 구절입니다(‘마 15:19-20’).

거룩한 것에 대한 오염: 성소와 제사

하나님의 성소와 제사 체계는 철저한 정결과 분리를 전제로 합니다. 하나님은 “너희는 나의 성소를 더럽히지 말라”(‘레 20:3’)고 반복적으로 명령하시며, 성소를 더럽히는 행위는 곧 하나님의 임재를 훼손하는 죄로 간주됩니다. 성소에서 부정한 상태로 제사에 참여하거나, 제사장이 정결하지 않은 채 성소에 들어가는 행위는 죽음으로 징계받을 만큼 심각한 범죄였습니다(‘레 10:1-2’, ‘민 19:20’).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부정한 제물을 하나님께 드릴 때, 하나님은 그것을 “내 단을 더럽혔다”(‘말 1:12’)고 하셨고, 이는 단지 예배 형식의 타락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의 상실,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대한 모독이었습니다. 성소와 제사는 하나님의 거룩함을 상징하는 중심적 제도이기 때문에, 그 안에 부정함이 침투할 경우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의 진노 아래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제사와 성소에 대한 규범은 단지 형식이 아닌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지속시키는 영적 기초였으며, 이 기초를 부정함으로 더럽히는 행위는 공동체적 멸망으로 이어졌습니다(‘겔 9:7’).

예수 그리스도와 부정의 종말

예수 그리스도는 율법의 정결 규례를 완성하신 분으로, 부정한 자들을 깨끗하게 하심으로써 새 질서를 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은 나병환자, 유출병 여인, 시체에 가까이 간 사람 등 당시 부정하다고 여겨졌던 자들에게 다가가시고, 그들을 정결케 하셨습니다(‘막 1:41-42’, ‘막 5:27-29’, ‘눅 7:14-15’). 이는 율법이 배제하던 자들을 하나님 나라로 초대하는 복음의 선포이자, 거룩함이 부정을 삼켜버리는 구속의 능력을 보여주는 행위였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리스도의 피는 어찌 너희 양심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하지 않겠느냐”(‘히 9:14’)라고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이 단지 육체의 정결을 넘어서, 양심과 내면까지 새롭게 하는 근본적 정결을 가져온다고 증거합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정결의 완성이며, 성령 안에서 신자들은 더 이상 율법의 부정 규례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님의 성령으로 구별된 자로 살아가게 됩니다(‘롬 8:2’, ‘고전 6:11’).

부정과 정결의 신학적 의미

부정하다 여겨지는 것들은 단지 위생적·문화적 기준이 아니라,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타락, 그리고 회복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신학적 상징입니다. 부정함은 하나님과 단절된 상태를 가리키며, 정결함은 회복과 화해, 접근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개념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완전히 해석되고 완성되며, 율법의 의식적 부정이 아닌 내면의 도덕성과 신앙의 정결로 확장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심은 부정하게 하심이 아니요 거룩하게 하심이니”(‘살전 4:7’)라는 말씀처럼, 신자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은 자들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신자는 옛 율법의 규례에 집착하기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주어진 정결을 간직하며, 삶 속에서 도덕적, 영적 부정을 피하고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나타내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 5:8’)라는 주님의 말씀은 정결함이야말로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과 교제할 수 있는 참된 길임을 증거합니다. 부정함에서 벗어나 정결함으로 나아가는 것은 구속사의 여정이며, 성도 된 자들의 날마다의 삶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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