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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세계/성경토픽

성경이 말하는 거룩의 구약적·신약적 의미

by 파피루스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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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말하는 거룩의 구약적·신약적 의미

성경에서 ‘거룩’(히: קָדוֹשׁ / qādôš, 헬: ἅγιος / hagios)은 하나님 자신의 본질과 성품을 표현하는 가장 중심적인 개념으로, 단순히 도덕적 순결이나 윤리적 완전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의 백성을 구별되게 하는 신적 속성을 말합니다. 거룩함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존재적 차이, 즉 세상과 구별된 하나님의 절대성과 초월성, 그리고 그분의 임재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따라야 할 구속적 정체성을 포함합니다. 구약에서 거룩은 주로 의식적 정결, 공간과 사물의 구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내면적 변화와 성령의 거주로 말미암은 도덕적, 영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확장됩니다. 본 글에서는 성경 전체에 걸쳐 거룩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구약과 신약의 관점에서 신학적으로 정리하고, 상징적 의미와 성경적 용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통합적으로 설명합니다.

구약에서의 거룩: 하나님의 본성과 언약 공동체의 정체성

구약 성경에서 거룩은 하나님 자신이 본질적으로 거룩하심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 11:45)라는 말씀은 거룩의 기준이 인간의 노력이나 윤리적 수준이 아닌 하나님의 본성과 동일함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거룩(qādôš)은 ‘구별됨’, ‘다름’, ‘초월성’을 의미하며, 이는 세상의 속된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하나님의 고유한 존재 양식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의 거룩함은 그의 이름(‘사 57:15’), 성소(‘출 26:33’), 제사장(‘출 28:36’), 안식일(‘출 20:8’), 언약 백성(‘출 19:6’)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표현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자신의 ‘거룩한 백성’으로 부르셨으며, 이는 그들의 도덕적 우수성보다 하나님의 선택과 언약의 근거에 기반합니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성민이라 여호와께서 너를 택하사 자기의 소유로 삼으셨나니”(신 7:6)는 말씀은 이스라엘의 거룩함이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 구별에 의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거룩은 신적 선택과 소속의 정체성이며, 이 정체성은 거룩한 삶의 방식으로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구약에서는 성막과 성전이 거룩한 공간으로 구분되며, 그 안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물은 ‘거룩하게 구별’되어야 했습니다(‘출 29:37’). 제사장은 특별한 의복과 정결 예식을 통해 거룩함을 유지해야 했으며, 백성 또한 부정에서 벗어나야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구약에서 거룩은 철저한 구별과 질서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하나님의 임재를 모시는 공동체의 신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구조였습니다.

신약에서의 거룩: 그리스도 안의 변화와 성령의 내주

신약 성경에서 거룩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성취 안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로 불리며(‘막 1:24’), 그분 안에서 구원받은 자들은 모두 ‘성도’(ἅγιοι / hagioi), 즉 거룩한 자로 불리게 됩니다(‘롬 1:7’). 이는 과거와 같은 의식적 구별이나 민족적 혈통이 아닌,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와 부활의 권세로 인해 새로운 생명 안에 들어온 자들에게 주어진 신분의 변화입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6:19)는 말씀은 이제 거룩함의 중심이 ‘성전’이 아니라 신자의 몸이며, 성령의 내주하심이 거룩의 실체로 기능함을 말해줍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통해 외적 율법보다 마음의 정결과 성결을 강조하시며,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 5:8)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구약의 의식적 정결을 내면적 변화로 대체한 새로운 윤리적 기준이며, 이 기준은 성령의 능력으로 가능해집니다. 또한 베드로는 “너희가 순종함으로 너희 영혼을 깨끗하게 하여 거짓이 없는 형제 사랑에 이르렀으니”(벧전 1:22)라고 하며, 거룩함이 단지 개인의 상태가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사랑과 정의, 정결한 관계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신약 교회는 ‘거룩한 교회’로 불리며(‘엡 5:27’), 이는 세상 속에서 구별된 윤리적·영적 정체성을 실천해야 할 부르심을 지녔습니다. 성령의 열매(‘갈 5:22-23’)는 거룩한 삶의 실천적 표현이며, 신자는 날마다 ‘자기 자신을 거룩하게’(딤전 5:22) 구별하며 살 것을 요청받습니다. 신약에서의 거룩은 단지 과거의 정결 의식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종말론적 새 창조의 일부로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반영합니다.

거룩의 상징과 하나님 나라의 질서

성경은 거룩함을 다양한 상징을 통해 묘사합니다. 빛, 불, 흰 옷, 향기, 기름 부음, 정결한 옷 등이 모두 거룩함의 상징으로 사용되며, 이들은 하나님의 임재와 구별됨, 순수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요소들입니다.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떨기나무 가운데 임하신 하나님을 만나며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 3:5)는 말씀은, 거룩함이 하나님의 임재로 인해 공간과 순간을 구별되게 만든다는 상징입니다.

또한 요한계시록은 최종적인 거룩함의 완성을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계 21:2)으로 표현하며, 하나님의 백성들이 죄와 죽음, 더러움에서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들어가는 종말론적 회복을 거룩의 절정으로 묘사합니다. 이 도성에는 “속된 것이나 가증한 일 또는 거짓말하는 자는 결코 그리로 들어오지 못하되”(계 21:27), 오직 어린 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거룩이 단지 현재적 도덕 수준이 아닌, 하나님의 최종적 기준과 구별됨의 영원한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불은 종종 하나님의 거룩함을 상징하며, 시내산에서의 불꽃, 엘리야의 불, 오순절의 불의 혀 등은 모두 거룩함이 인간의 접근을 제한하면서도 정결케 하는 능력을 지닌 것임을 상징합니다. 레위기에서는 제단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명령되며(‘레 6:13’), 이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가 지속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거룩에 대한 성경적 통계와 신학적 요약

‘거룩’과 관련된 히브리어 qādôš, qōdeš, 그리고 헬라어 hagios, hagiasmos(거룩함, 성결)은 구약과 신약 전체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개역개정 성경 기준으로 ‘거룩’, ‘거룩한’, ‘성결’, ‘성도’ 등의 표현은 약 900회 이상 등장합니다. 구약에서는 레위기(약 150회), 출애굽기, 민수기, 시편, 이사야서 등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사용되며, 주로 하나님의 성품과 율법, 제사, 성소의 정결함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타납니다. 신약에서는 바울서신과 베드로서신, 요한계시록에서 거룩함이 구속, 성화, 교회론, 종말론과 연결되어 깊이 있게 사용되며, ‘성도’라는 표현은 신약에서 약 60회 이상 반복됩니다.

거룩은 하나님의 본성이며, 그분의 백성이 살아가야 할 존재의 방식입니다. 구약에서 의식적 구별을 통해 나타났던 거룩은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와 성령의 내주를 통해 존재론적 변화를 이룬 정체성으로 확장되었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에서 완전히 성취될 종말론적 소망으로 제시됩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거룩하신 하나님과의 연합 속에서 살아가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 거룩함을 실천하고, 공동체 속에서도 거룩한 관계와 질서를 세워가는 사명을 부여받은 존재입니다. 거룩은 그리스도인의 본질이며, 정체성이며, 존재 목적이며, 날마다 성령 안에서 이뤄가야 할 실천적 부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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