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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선지서

이사야 53:1 강해, 우리가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냐

by 파피루스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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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려운 복음, 그러나 참으로 구원을 이루는 은혜

이사야 53장은 구약 전체 중에서도 가장 명확하게 고난받는 종,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예언하는 장입니다. 그 가운데 1절은 이 장 전체의 서론이자, 이사야가 전하는 구속사적 메시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냐? 여호와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느냐?”라는 이 질문은 단지 탄식이 아니라, 복음의 깊은 역설을 드러내는 선언입니다. 인간의 눈에는 감춰진 이 구원의 방식이야말로, 하나님의 지혜이며 능력임을 말해주는 본문입니다.

믿기 어려운 복음 –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냐

“우리가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냐”라는 이사야의 질문은 히브리어 원어로 보면 더욱 선명해집니다. 여기서 ‘전한 것’(שְׁמוּעָה, shemuah)은 단순히 들려주는 소식이 아니라, 선지자가 전하는 계시의 말씀, 곧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믿다’(אֱמַן, 'aman')는 신뢰하고 의지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단순한 지적 동의가 아니라 삶을 건 신앙의 결단을 의미합니다.

이사야는 이 놀라운 복음의 메시지가 인간에게 믿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종이 고난을 받으며 멸시를 당하고 징계를 받는다는 이 복음은 당시의 청중들에게도, 오늘날 우리에게도 충격적입니다. 사람들은 강하고 위대한 왕을 기대했지, 고난받는 종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의 상식과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바울도 고린도전서 1장 18절에서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오늘날도 이 복음은 쉽게 믿기 어려운 진리입니다. 예수님의 겸손, 희생, 대속, 그리고 그 고난을 통해 주어지는 구원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세상의 논리와 충돌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믿기 어려운 복음을 믿는 자에게, 하나님은 의롭다 하시고 구원을 베푸시는 은혜를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개혁주의 신학이 말하는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입니다. 인간의 이해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와 역사 속 실재를 따라야만 우리는 구원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팔 – 구속의 능력이 드러난 통로

“여호와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느냐?” 이 질문은 이사야가 이미 여러 번 사용했던 표현을 다시 반복하는 것입니다. ‘여호와의 팔’(זְרוֹעַ יְהוָה, zeroa YHWH)은 구약에서 하나님의 구원 행위를 상징하는 관용어로 자주 등장합니다. 출애굽기의 구속 사건에서부터 이 표현은 하나님의 능력, 특별히 구원하시는 능력을 나타내며, 전능한 팔로 자신의 백성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동적 개입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팔이 드러나는 방식은 인간의 기대와는 다릅니다. 이사야 53장 전체가 말하듯, 이 ‘팔’은 고난받는 종의 연약함 속에 드러납니다. 초라한 외모, 멸시받는 존재, 침묵하는 양처럼 끌려가는 종—이러한 이미지 속에서 여호와의 팔이 나타납니다. 이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궁극적으로 성취되었습니다. 십자가는 세상의 관점으로 보면 패배의 상징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죄와 사망을 이기는 전능한 팔의 승리입니다.

신약에서 요한복음 12장 37~38절은 이사야 53장 1절을 인용하며, 예수님의 이적과 말씀을 보고도 믿지 않은 유대인들의 불신을 설명합니다. 요한은 이를 통해 복음이 본래부터 인간의 이해와 기대를 초월하는 것이며, 그것을 믿는 자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칼빈은 이 본문에 대해 “복음의 은혜가 인간의 이성과 자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성령의 조명과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에게만 열리는 신비로운 은총”이라 말합니다. 여호와의 팔은 인간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쁘신 뜻에 따라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 팔이 내 삶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은혜입니다.

복음의 비밀, 감추어진 영광

이사야 53장 1절은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갈라놓는 기준이 됩니다. 복음은 모든 사람에게 선포되지만, 모든 사람이 믿지는 않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신자의 자리가 얼마나 놀라운 특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고난받는 종에 대한 이사야의 예언은 신약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 죽음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사도들은 이 복음을 전 세계에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 복음을 조롱하거나, 무시하거나, 무관심하게 지나칩니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 10장에서 이사야 53장 1절을 인용하며, 복음을 들었지만 믿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의 불신앙을 탄식합니다. “그런즉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는 말씀을 통해, 복음은 반드시 선포되어야 하고, 성령의 능력으로만 믿음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합니다.

오늘 우리도 이 복음 앞에 서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죄의 무게와 하나님의 공의 앞에, 우리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긍휼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긍휼이 바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났으며, 지금도 여호와의 팔은 그 복음 안에서 믿는 자를 향해 능력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복음을 세상 속에서 조용히 증언해야 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눈에 보이는 성공과 힘, 권력을 따르지만, 우리는 고난받는 그리스도를 통해 참된 구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자들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팔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 팔은 세상 기준으로는 약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강력한 생명의 손길입니다.

결론

이사야 53장 1절은 구속사의 중심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누가 이 전한 것을 믿겠느냐는 물음은 단지 절망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 자만이 이 복음을 믿을 수 있다는 선언입니다. 여호와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느냐는 질문은 지금도 우리에게 던져집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의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구속이, 하나님의 능력이, 하나님의 사랑이 모두 나타났습니다.

그러므로 이 복음을 믿고 따르는 자는 복된 자입니다. 세상이 보기에는 연약해 보일지라도, 그 삶에는 여호와의 팔이 역사하고 있습니다. 그 팔이 우리를 붙드시며,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십니다. 오늘도 그 복음을 믿으며 살아가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내신 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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