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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세계/성경토픽

성경의 색채 상징 ‘검정색’에 담긴 심판, 고통, 숨김의 영적 의미

by 파피루스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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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하나님의 섭리

성경에서 색채는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검정색(히브리어로 ‘שָׁחֹר’ shakhor, 헬라어로 ‘μέλας’ melas)은 어둠, 심판, 애통, 영적 침묵, 때로는 회개의 배경을 상징하는 색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 색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와 침묵, 구속과 심판 사이에서 성도가 직면하게 되는 ‘하나님의 감춰진 시간’을 표현합니다. 본 글에서는 성경 속 검정색의 사용 맥락을 종말론적 경고, 내면적 애통, 숨겨진 진리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과 계획 안에서 이 색이 지니는 신학적 통찰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종말론과 재앙의 시각적 상징: 흑마와 심판의 장면들

요한계시록 6장 5절은 네 말 중 세 번째로 등장하는 검은 말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셋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셋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내가 보니 검은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가 손에 저울을 가졌더라” (요한계시록 6:5)

여기서 ‘검은 말’(ἵππος μέλας hippos melas)은 심판의 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이는 곡식의 무게를 재는 저울과 함께 묘사되며, 경제적 궁핍, 불공정한 분배, 인간의 죄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재앙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흑마는 종말의 시기에 나타나는 심판의 일환으로, 하나님께서 세상의 불의에 대해 침묵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판단하심을 의미합니다.

또한 스바냐 1장 15절에서는 주의 날을 ‘어두움과 캄캄함’으로 묘사하며, 이는 종말론적 경고의 배경으로서의 색채 상징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본문입니다. 이 어두움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악에 대한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와 심판의 외적 표현입니다.

이처럼 검정색은 종말의 시각적 배경으로서 기능하며, 하나님께서 정의를 회복하실 때 나타나는 어두운 시간대를 상징합니다. 이 색은 혼돈과 무질서가 극대화된 시기이자,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는 전조의 징조로 읽혀야 합니다.

애통과 회개의 표식: 내면의 어둠과 성찰의 공간

예레미야 애가 5장 10절은 예루살렘 멸망 후의 참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우리의 피부는 맹열히 타는 화덕같이 기근의 열기로 말미암아 검게 되었나이다” (예레미야 애가 5:10)

여기서 ‘검게 되었다’는 표현은 물리적 고통뿐 아니라, 하나님의 진노 앞에서 무기력하게 불타는 인간의 처절한 영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회개의 배경으로서의 색채이며, 성도가 자신의 죄를 자각하고 하나님께 돌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욥기 30장 30절에서도 욥은 자신의 고난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피부는 검어졌고 내 뼈는 열기로 말미암아 탔다”

이처럼 검정은 고난의 절정, 인간의 무력함, 육체와 영혼의 내면적 해체를 상징하며,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긍휼과 회복이 요청됩니다. 검정은 죄에 물든 인간의 존재가 하나님의 빛 없이는 회복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신학적 배경색입니다.

이러한 고난의 어둠은 성도 개인의 고백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회개를 요청하는 선지자적 목소리로 반복되며, 그 속에서 하나님의 긍휼과 회복이 얼마나 깊은 은혜인지를 부각시키는 통로가 됩니다. 검정은 단지 슬픔의 색이 아니라, 슬픔을 통해 구속에 이르게 하는 은혜의 색이기도 합니다.

감추심과 계시 사이의 경계: 어둠의 신학과 하나님의 침묵

검정색은 때때로 하나님의 의도적인 감추심과도 연결됩니다. 욥기 23장 9절에서 욥은 하나님의 부재를 다음과 같이 토로합니다:

“그가 왼쪽에서 일하시나 내가 만날 수 없고 그가 오른쪽에서 돌아가시나 내가 뵈올 수 없구나” (욥기 23:9)

하나님의 침묵은 검은 장막과 같이 성도를 에워싸며, 이는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깊은 뜻을 드러냅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종종 밝은 빛으로 묘사되지만, 그의 감추심은 검은 구름과 어두움으로 형상화되기도 합니다(출애굽기 20:21).

이런 맥락에서 검정색은 ‘신비의 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일부러 자신을 숨기시는 때, 성도는 자신의 고통을 통과하며 그 어둠 속에서 참된 빛을 기다리게 됩니다. 이는 단지 계시의 부재가 아니라, 더 깊은 계시를 위한 침묵의 전주곡이며, 검정은 바로 그 준비된 시간의 배경입니다.

또한 전도서 12장 1–2절에서는 인간의 노년기와 죽음의 가까움을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기억하라고 촉구하며, 삶의 무상함과 하나님의 경외 사이에 있는 성찰의 영역을 검정색으로 은유화합니다. 이는 곧 인생의 종말과 영원의 여명을 연결하는 예언적 상징으로서의 검정입니다.

마무리

검정색은 성경 안에서 단순한 어둠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 인간의 고난, 회개의 배경, 감추어진 계시라는 깊은 신학적 의미를 포괄하는 색입니다. 이 색은 하나님 없는 상태의 허무함과 공허,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갈망을 동시에 내포합니다. 검정은 종말의 징조이자 회복의 전야, 슬픔의 터전이자 소망의 씨앗입니다. 신자는 이 색을 통해 하나님께서 침묵 속에서도 일하신다는 믿음을 회복하고, 어둠 속에서 더 간절히 빛을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검정은 하나님의 거룩한 감추심 안에 있는 빛의 가능성이며, 고통 속에서도 회개와 회복을 향한 은혜의 터널임을 믿음으로 바라보아야 할 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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