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운 이름들: 다윗의 용사들
역대상 11:20-47은 다윗 왕국의 터를 함께 세운 용사들의 명단과 그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본문입니다. 단순히 군사적 전공을 나열한 목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하나님의 왕국을 함께 세운 동역자들의 기록으로 읽어야 합니다. 본문은 다윗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닌, 공동체적 헌신과 신실함을 드러냅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는 우리에게 이 본문은 평범해 보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교훈이 됩니다. 익명성과 무명의 충성,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이름이 기록된다는 복음의 진리를 묵상할 때, 이 말씀은 우리 시대의 신앙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비새와 브나야, 위대한 자이되 왕은 아니었던 자들 (11:20-25)
본문은 요압의 동생 아비새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삼십 명의 우두머리였고, 세 사람보다 더 존귀했지만, 세 명 중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이 구절은 명예와 위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히브리어 "존귀하다"는 말로 쓰인 כָּבוֹד (kavod)는 '영광, 무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단지 외적인 지위가 아닌 하나님의 앞에서의 무게감을 가리킵니다.
아비새는 "창으로 삼백 명을 죽이고" 그 이름을 떨쳤다고 기록됩니다. 그러나 그는 세 사람 중에는 들지 못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역사 속에서 사람을 평가하시는 기준이 단순한 업적이나 전투력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외면보다 중심을 보시는 분입니다(삼상 16:7).
브나야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됩니다. 그는 갑스엘 사람 여호야다의 아들이며, 용맹스러운 큰 일을 행한 사람으로 소개됩니다. 눈에 띄는 구절은 그가 "눈 오는 날에 구덩이에 내려가 사자를 죽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당시의 영웅적 묘사로,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는 믿음의 사람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장면은 히브리어 גִּבּוֹר (gibbor, 용사)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용사'란 단지 무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자기 생명을 내어놓는 자입니다.
브나야는 다윗의 경호대장이 되었지만, 역시 세 명 안에는 들지 못합니다. 이 구절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에서의 위대함은 경쟁과 서열이 아니라 사명의 충실함에 있음을 배웁니다.
신앙의 공동체, 이름 없는 자들의 위대함 (11:26-40)
26절부터는 다윗의 용사 명단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이름이 본문을 제외하고는 성경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인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엘리야살, 하랄 사람 시게의 아들, 블레셋 사람을 이긴 자 등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는 묻혔지만, 하나님의 말씀 안에는 영원히 새겨졌습니다.
이 명단을 단순히 전쟁영웅들의 목록으로만 읽는다면 성경적 시선을 놓치게 됩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통해 일하시며, 각 사람의 충성된 섬김을 기억하십니다.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족보처럼, 이들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자기 삶을 드린 증인들입니다. 이는 신약의 사도 바울이 강조한 바, "몸은 많은 지체로 이루어졌으나 한 몸이라"는 진리와도 이어집니다(고전 12:12).
이 명단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지역과 출신은, 하나님의 나라는 특정 가문이나 민족, 능력자들만으로 구성되지 않음을 드러냅니다. 그들 중에는 블레셋 사람과의 전투에서 이름을 떨친 자도 있고, 다윗과 함께 광야를 지켰던 자들도 있습니다. 각자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헌신했지만, 모두 하나님의 기록 안에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기록하다"는 כָּתַב (katav)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언약 안에 기억되며 보존된다는 신학적 의미를 내포합니다. 하나님은 잊지 않으십니다.
이방 출신과 함께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 (11:41-47)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이방 지역 출신자들이 많습니다. ힷ 사람 우리야(다윗과 밧세바 이야기의 그 우리야), 모압 사람, 암몬 사람, 헷 사람 등은 이스라엘 혈통 중심의 구약 관점에서는 배제되어야 할 인물들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신앙과 헌신을 받아들이시고, 그 이름을 구원의 계보 안에 두십니다.
특히 우리야는 단지 다윗의 잘못의 희생자로 기억되기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싸운 충성된 용사로 여기 본문에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시선이 인간의 실패를 넘어서 은혜로 덮으시는 방식임을 드러냅니다.
마태복음 1장, 예수님의 족보에도 우리야의 이름이 '밧세바의 남편'으로 간접적으로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구속사의 흐름 속에서 상처와 아픔마저도 결코 소외시키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의 깊이를 드러내십니다. 이방인들이 포함된 다윗의 용사 명단은, 훗날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을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되는 신약의 교회를 예표하는 장면입니다.
본문은 단순한 호국 열전이 아니라,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세우는 아름다운 증언입니다. 이 장면은 오늘날 교회 공동체가 지녀야 할 신학적 상징을 내포합니다. 중심은 그리스도이며, 구성원은 서로 다르되 같은 믿음 안에서 하나로 부름 받았습니다.
마무리: 기록된 이름, 기억되는 신실함
역대상 11:20-47은 화려한 업적이나 인지도 높은 인물들만이 아니라, 이름조차 낯선 자들까지도 하나님의 나라에 동참했던 사실을 조명합니다. 하나님의 책에 기록된다는 것은 곧 기억되고 보존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이름이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자는 결코 잊히지 않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성하는 모든 믿음의 사람들에게, 그 사소한 헌신과 눈물이 하늘나라의 연대기 속에 새겨지고 있다는 깊은 위로와 격려를 줍니다. 우리도 그 이름 없는 용사들처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묵묵히 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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