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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역대상 13:1 - 13:14 묵상

by 파피루스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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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궤를 옮기는 길, 하나님의 임재를 향한 경외의 회복

역대상 13:1-14은 다윗이 왕으로서 처음 행한 큰 결단 가운데 하나, 곧 여호와의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실패로 끝납니다. 우사는 죽고, 언약궤는 오벧에돔의 집에 머뭅니다. 이 본문은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되, 그 뜻과 방식대로 순종하지 않으면 오히려 심판을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강하게 전합니다. 구속사적 맥락에서 볼 때, 언약궤는 단지 상징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를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언약의 표징입니다. 이 본문은 오늘날 신앙인에게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할 때 반드시 따라야 할 경외심과 질서, 그리고 은혜를 묵상하도록 이끌어줍니다.

하나님을 향한 열심, 그러나 방식은 누구의 것인가 (13:1-4)

다윗은 왕이 된 후 처음으로 전국적인 결집을 시도하며,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합니다. 1절에 나오는 "다윗이 천부장과 백부장 곧 모든 지휘관과 더불어 의논하고"라는 구절은 그의 통치가 공의롭고 신중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히브리어 יָעַץ (ya'atz, '의논하다')는 정치적 조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자세로도 자주 쓰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의논에 제사장이나 선지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일을 인간적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한계점을 보여줍니다.

3절에서 다윗은 "사울 시대에는 우리가 그것을 돌보지 아니하였음이라"며 하나님의 임재와 언약궤가 잊힌 시대의 슬픔을 고백합니다. 이는 긍정적인 열망이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방식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불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절에서 "온 회중이 그 일을 옳게 여기므로 그대로 하였더라"는 말은 인간적 여론과 공감이 하나님의 뜻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경고가 됩니다.

우리는 오늘날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지지와 통계, 여론에만 의존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영적 결단은 말씀의 기준 위에 서야 하며, 하나님의 뜻과 방법을 함께 구해야만 합니다. 열심만으로는 하나님 나라가 세워지지 않으며, 성령의 인도 없이는 거룩한 사명도 타락할 수 있습니다.

거룩한 임재 앞에서의 무지와 경솔함 (13:5-10)

다윗과 온 이스라엘은 언약궤를 옮기기 위해 "바알라 곧 유다에 속한 기럇여아림"에서 출발합니다. 이곳은 언약궤가 20년 넘게 머물렀던 장소이며, 그동안 그 존재는 거의 잊혀져 있었습니다. 7절에서 그들이 "새 수레에 실어 옮기려 하였다"는 표현은 사무엘상 6장에서 블레셋 사람들이 언약궤를 보낼 때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거룩한 법궤를 옮기며, 이방인의 방식을 모방한 장면입니다.

이 구절에서 사용된 "수레"는 히브리어 עֲגָלָה (agalah)로, 인간의 편의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언약궤를 레위인의 어깨에 메고 옮기라 명하셨습니다(민수기 4:15, 신명기 10:8). 이 차이는 단순한 운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의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우사가 소들이 뛰자 손을 들어 궤를 붙들자, 하나님께서 진노하셔서 그를 치십니다. 이는 불가해한 하나님의 엄격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룩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시키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히브리어 חָרָה אַף (charah aph, '진노하셨다')는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를 표현하는 용어로, 거룩함이 모독될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이 사건은 하나님의 임재가 편의와 형식이 아니라 거룩한 순종 안에 있을 때에만 축복이 된다는 진리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 없이, 인간적 감정과 충동으로 다가갈 때, 오히려 죽음과 두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예배에 있어서도 경건과 질서가 우선되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오벧에돔의 집에 임한 축복, 임재 앞에 바른 자세 (13:11-14)

우사의 죽음 이후, 다윗은 크게 두려워하며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지 못하고, 가드 사람 오벧에돔의 집에 머물게 합니다. 이 장면에서 다윗은 비로소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경외심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 11절의 "다윗이 여호와를 두려워하여"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יָרֵא (yare)로,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하나님을 높이는 마음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오벧에돔은 레위인이며, 그의 집은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모시기에 합당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가 언약궤를 자기 집에 모신 지 세 달 만에 여호와께서 그의 집에 복을 내리십니다. 여기서 "복을 내리시매"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בָּרַךְ (barakh)로, 언약의 신실함에 따라 주어지는 은혜를 의미합니다.

이 장면은 하나님의 임재가 무섭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에 따라 바르게 맞이할 때 풍성한 은혜와 생명의 근원이 됨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며, 동시에 인자하신 분입니다. 인간의 무지와 교만은 거룩한 하나님을 오히려 위험하게 만들지만, 순종과 경외는 하나님을 복의 근원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다윗은 이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할 때는 그분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고, 이후 역대상 15장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언약궤를 옮기게 됩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배워가는 기회가 됩니다.

결론: 하나님을 향한 경외와 순종의 회복

역대상 13장은 하나님을 향한 열심과 인간적 방식이 충돌할 때 나타나는 위기와,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다시 배우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한다는 것, 그것은 단지 종교적 열정이 아니라 거룩함에 대한 경외와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을 요구합니다. 오늘 우리도 신앙의 이름으로 많은 일을 시도하지만, 그 중심에 하나님의 방식과 질서가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벧에돔의 집에 임한 축복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임재를 바르게 모실 때, 하나님은 그 자리마다 복을 내리십니다. 참된 부흥은 거룩함을 향한 회복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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