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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요한계시록 11:14-19 묵상

by 파피루스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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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나라와 심판의 완성

요한계시록 11:14-19은 일곱째 나팔이 울리는 장면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그분의 통치가 완성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심판과 구원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 본문은,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확증하며, 성도들에게는 소망을, 악인들에게는 경고를 던집니다. 이 묵시는 교회가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선명하게 제시해 줍니다.

일곱째 나팔의 울림과 하나님의 통치 선언

14절은 "둘째 화는 지나갔으나 보라 셋째 화가 속히 이르는도다"라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앞서 임한 두 차례의 심판이 지나갔음을 알리며, 세 번째 화가 곧 다가올 것임을 예고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15절에는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며, 하늘에 큰 음성이 들리기를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노릇 하시리로다"라고 선포합니다.

이 장면은 종말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언입니다. '세상 나라'(Gr. hē basileia tou kosmou)는 그동안 사탄의 지배 아래 있었던 인간의 역사와 문명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었다는 선포는, 창세 이후 계속된 영적 전쟁이 마침내 하나님 편의 승리로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세세토록 왕노릇 하시리로다"는 표현은 다니엘서 7:14과도 연결되며, 메시아의 영원한 통치를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이 통치는 단순히 한 시대나 민족을 넘어서, 모든 시대와 민족 위에 임하는 절대 주권을 말합니다.

이 선포는 단지 종말의 미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이 왕 되심을 고백하며 살아가야 함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현실의 고난과 혼란 가운데서도, 믿음의 눈을 들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경배하는 삶이 바로 성도의 삶입니다.

스물네 장로의 경배와 하나님 나라 백성의 보상

16-17절에는 하나님 앞에서 자기 보좌에 앉아 있던 스물네 장로가 얼굴을 땅에 대고 경배하며 고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장로들의 고백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사하오니 옛적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신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시여 친히 큰 권능을 잡으시고 왕노릇 하시도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옛적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신"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는 요한계시록 서두(1:4)에서도 등장하는 표현으로, 하나님의 무시간성과 불변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전능하신'(Gr. pantokratōr)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권위와 권능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고백은 장로들이 단순히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구속받은 백성의 대표로서 하나님의 속성과 역사에 대한 신실한 응답을 드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8절은 더 구체적인 선언으로 이어집니다. "이방들이 분노하매 주의 진노가 임하여 죽은 자를 심판하시며 종 선지자들과 성도들과 또 작은 자든지 큰 자든지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상 주시며 또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실 때로소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동시에 드러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이방들의 분노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상의 반항을 상징하며, 이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는 반드시 이루어질 심판의 확실성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상 주신다"는 말씀은 성도들에게 큰 위로입니다. 하나님은 결코 그의 백성의 눈물과 고난을 잊지 않으시며, 마지막 날에 공의로운 상을 베푸십니다. 여기서 '작은 자든지 큰 자든지'라는 표현은 사회적 지위나 외적인 조건과 상관없이 믿음으로 사는 모든 이가 하나님 앞에 존귀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한 도전이 됩니다.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고, 세상으로부터 조롱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시고, 마지막에 반드시 갚아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의 평가가 아닌 하나님의 보상에 시선을 고정해야 합니다.

성전이 열리고 언약궤가 나타나다

19절은 매우 상징적인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이에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이 열리니 성전 안에 그의 언약궤가 보이며 또 번개와 음성들과 뇌성과 지진과 큰 우박이 있더라."

하늘의 성전이 열린다는 것은 하나님의 임재가 공개적으로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그 안에 있는 '언약궤'(Heb. 'ārôn berît)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언약, 즉 구속사적 약속의 상징입니다. 출애굽기에서 언약궤는 하나님의 말씀(율법)이 들어 있는 곳이자, 하나님의 임재가 임하는 지성소의 중심이었습니다.

이 언약궤가 하늘 성전 안에 있다는 것은 구속사의 중심이 되는 하나님의 언약이 결코 무너지지 않고, 하늘에서 완전하게 성취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신약의 성취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언약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종말론적 선언입니다. 또한, 뒤따라 나오는 번개와 음성들과 뇌성과 지진과 우박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나타나는 심판적 상징들입니다.

이 모든 장면은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이 단지 '사랑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공의의 하나님'이며, 그분 앞에 모든 존재가 떨며 경외할 대상임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 언약궤의 등장은 하나님이 우리와의 약속을 기억하시고 지키신다는 사랑의 확증이기도 합니다.

이 본문은 믿음의 공동체가 세상의 핍박과 유혹 속에서도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신실함을 붙들고 살아가야 함을 말합니다. 하나님의 성전이 열리는 날, 그 속에 언약궤를 보고 감격할 수 있는 삶을 오늘부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전체결론과 적용

요한계시록 11:14-19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과 심판의 경고, 성도의 상급이라는 구속사적 중심 진리를 선포합니다. 일곱째 나팔은 두려움과 소망이 함께 임하는 종말의 나팔이며, 하나님은 왕으로 등극하시고, 믿음의 자녀들을 기억하시며, 모든 악을 심판하십니다. 오늘 우리의 믿음이 흔들릴지라도, 이 말씀은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소유한 자의 확신으로 우리를 다시 세워 줍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는 하나님의 통치를 고백하며, 충성된 증인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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