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양의 권세와 구속의 찬양
요한계시록 5장은 우주적 구속 역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권세와 위엄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입니다.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있는 두루마리와, 그 두루마리를 펼 수 있는 유일한 자로 소개되는 어린양의 등장, 그리고 그분을 향한 하늘과 땅과 바다의 전 피조물의 찬양은 그리스도 중심의 구속사 전체를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본문을 묵상하는 우리는 이 장면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보고, 그분께 합당한 예배를 드리는 삶으로 부름받고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두루마리를 가지신 이와 어린양의 등장 (1–7절)
본문은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있는 책(βιβλίον, biblion)으로 시작됩니다. 이 책은 안팎으로 글이 쓰여 있고 일곱 인으로 봉해져 있습니다. 이 책은 종말과 구속의 계획, 하나님의 섭리를 담고 있는 상징이며, 단순한 예언서가 아닌 인류의 역사를 완성시키는 하나님의 주권적 선언입니다.
천사가 "누가 이 책을 펴며 그 인을 떼기에 합당하냐"고 외치지만, 하늘과 땅과 땅 아래에 그 책을 펴거나 보거나 할 자가 없음을 통탄합니다. 요한은 크게 울지만, 장로 중 하나가 그를 위로하며 말씀합니다: "유다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 그가 이기셨으니 책과 그 일곱 인을 떼시리라." 여기서 그리스도는 유다 지파의 사자(lion)로서, 승리자이자 왕으로서의 면모를 갖습니다. 하지만 요한이 바라본 그 모습은 사자가 아닌, 죽임을 당한 것 같은 어린양(ἀρνίον, arnion)이었습니다. 이는 구속의 승리가 무력이나 정치적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희생과 사랑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어린양은 일곱 뿔과 일곱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권능의 완전성과 하나님의 영의 충만함(성령)을 상징합니다. 그분은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서 책을 취하십니다. 이 장면은 구속사에서 가장 중대한 전환점으로, 구속의 비밀이 그리스도 안에서 열림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새 노래와 하늘의 예배 (8–10절)
어린양이 책을 취하자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가 각기 하프와 향이 가득한 금 대접을 가지고 그 앞에 엎드립니다. 이 향은 성도의 기도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구속사의 중심에서 기도의 향기가 상달된다는 상징적 진리를 보여줍니다.
장로들은 새 노래(ᾠδὴν καινὴν, ōdēn kainēn)를 부릅니다. 이는 과거의 율법이나 유대적 구속 개념에서 벗어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새로운 차원의 구속을 기뻐하는 찬양입니다. 그들은 어린양이 책을 취하고 인을 떼기에 합당한 이유로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죽임을 당하셨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의 피로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 가운데 사람들을 하나님께 사셨기 때문입니다. 셋째, 그들을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아 하나님을 섬기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은 교회의 정체성을 가장 정확히 요약한 표현으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피로 값 주고 산 하나님의 소유이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고, 제사장적 사명을 지닌 자들입니다. 교회는 단지 구원받은 공동체일 뿐 아니라, 세상을 위한 중보와 예배의 자리로 부름받은 존재입니다.
전 피조물의 경배 (11–14절)
이제 예배는 더욱 확장되어 수많은 천사들이 보좌와 생물과 장로들을 둘러싸고 소리 높여 외칩니다. 이 숫자는 만만이요 천천이라는 과장된 수사로 표현되며, 이는 하늘 군대 전체의 합창을 뜻합니다. 그들은 일곱 가지 찬양으로 어린양을 경배합니다: 능력, 부, 지혜, 힘, 존귀, 영광, 찬송. 이는 완전한 예배의 형태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동시에 고백하는 고대 교회 신조와도 연결됩니다.
이어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피조물이 일제히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양께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돌립니다. 이는 창조와 구속의 통합적 경배입니다. 구원은 단지 인간만의 일이 아닌, 모든 피조세계가 하나님께로 회복되어 가는 종말론적 비전 속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네 생물은 "아멘"으로 화답하고,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합니다. 이는 예배의 종결이 아니라, 영원한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입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예배의 문을 여는 사건입니다.
마무리
요한계시록 5장은 종말의 비밀이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열리는 감격의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속 계획은 무기력하거나 모호하지 않고, 정확히 그리스도의 피와 사랑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요청합니다. 그리스도께만 합당한 예배를 드리는 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에서는 끊임없는 예배가 드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예배에 합류하여 주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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