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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설교문

갈라디아서 3:23~29 설교

by 파피루스 202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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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하나 된 새로운 인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참된 정체성”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주님의 은혜 가운데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의 수많은 구분과 차별 속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의 시대에,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존재로 불림을 받았습니다. 갈라디아서의 말씀은 그 진리를 선언하며, 오늘 우리에게 자유와 연합, 그리고 구속사의 중심을 다시 깨닫게 해줍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율법 아래 갇혔던 우리를 믿음으로 자유케 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깊이 묵상해 보겠습니다.

율법 아래 갇힌 인류

“믿음이 오기 전에 우리는 율법 아래 매인 바 되고 계시될 믿음의 때까지 갇혔느니라” (갈 3:23). 바울은 이 말씀에서 율법과 믿음의 관계를 대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매인 바 되다’는 헬라어 (ἐφρουρούμεθα, ephrouroumetha)는 감시되고 통제받는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마치 군인이 포로를 감시하듯이, 율법은 죄로 향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지요.

또한 ‘갇혔다’는 표현은 (συγκλειόμενοι, synkleiomenoi)라는 단어로, 함께 가두어 통로를 봉쇄당한 상태를 뜻합니다. 바울은 율법을 긍정적으로도 해석하지만, 그것이 구원을 위한 방편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율법은 거울과 같아서 우리 죄를 비추지만, 구속의 능력은 없습니다.

율법이 오기 전에도 사람들은 죄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율법이 오고 나서야 죄가 죄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바울이 로마서에서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롬 3:20)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율법은 우리의 죄 된 본성을 드러내어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위한 하나님의 거룩한 도구였습니다.

율법은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

“이같이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얻게 하려 함이라” (갈 3:24). 여기서 ‘초등교사’로 번역된 헬라어는 (παιδαγωγός, paidagōgos)입니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에서 주인의 자녀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보호하던 종을 의미합니다. 그는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라 훈육과 감시의 역할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바울은 율법을 바로 이 ‘paidagōgos’에 비유하며, 율법이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오신 후에는 그 역할이 끝났습니다. 더 이상 율법의 감시 아래 있지 않고, 이제는 직접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유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성도 여러분, 율법은 종교적 완성을 향한 인간의 노력의 총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율법을 지켜도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오직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받아야만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얻습니다. 이것이 종교개혁의 핵심이자, 구속사의 중심 선언입니다.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다

“너희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갈 3:26). 이 구절은 신약 전체에서 가장 명확하고도 감동적인 정체성 선언 중 하나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단순한 종교적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가문에 입양되었다는 언약적 표현입니다. 바울은 로마서에서도 이 입양의 진리를 강조하지요.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아빠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 (롬 8:15).

이 믿음은 인간의 공로가 아닌,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선물입니다. 믿음은 단지 동의나 지식이 아니라, 인격적 신뢰이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자신을 의탁하는 존재적 결단입니다. 믿음으로 우리는 이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더 이상 율법의 정죄 아래에 있지 않습니다.

이 자녀 됨은 단지 새로운 이름을 얻는 것 이상입니다. 상속자의 권리를 가지며, 그리스도의 유업을 함께 누릴 공동상속자가 되는 은혜입니다(롬 8:17). 그러므로 이 믿음 안에서 우리는 언제든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갈 수 있고, 담대히 은혜의 보좌 앞에 설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무너졌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 3:28). 이 말씀은 초대교회가 세상의 계층 구조 속에서 얼마나 급진적인 공동체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인종, 신분, 성별의 구분은 고대 사회를 지탱하던 가장 큰 틀이었지만, 복음은 그 모든 구분을 해체시켰습니다.

여기서 ‘하나’(εἷς, heis)는 단순한 통일성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동일한 가치, 동일한 구속, 동일한 영광을 말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경쟁이나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한 몸이며 한 성령 안에서 형제자매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교회 안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존재합니다. 학벌, 경제력, 지역, 정치 성향 등 다양한 이름의 장벽들이 우리를 나누려 합니다. 그러나 성도 여러분, 우리는 복음 앞에서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었음을 고백할 때, 그 공동체는 세상의 어떤 조직보다도 깊고도 강력한 연대를 이루게 됩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2장에서 이렇게 선포합니다.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고전 12:13). 이 연합은 성령의 역사이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서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한 갈라디아서 3장의 말씀은 율법의 시대에서 믿음의 시대로 옮겨진 구속사의 전환점을 선포합니다. 율법은 우리를 보호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모든 벽이 무너진 하나 된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이 믿음의 진리는 우리 정체성의 근본이며, 교회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본질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볼 때, 외형과 조건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있는 형제자매로서 사랑과 겸손으로 섬기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도 이 믿음 안에 거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정체성을 다시 고백합시다. 우리는 더 이상 죄의 종이 아니며, 율법의 포로도 아니며, 분열된 세상의 일부도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며, 그리스도의 몸이며, 진리 안에서 하나 된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고, 날마다 복음 위에 서서 살아가는 거룩한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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