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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설교문

요한복음 16:12~15 설교

by 파피루스 202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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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로 인도하시는 성령: 교회의 귀를 여시는 하나님의 영”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의 평안으로 인사드립니다. 성령 강림 이후 삼위 하나님의 일하심을 깊이 묵상하는 이 시기에, 오늘도 진리의 말씀 앞에 나아오신 여러분을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요한복음 16장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신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이 중 오늘 본문은 성령의 사역에 대한 결정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통해 진리 가운데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성령의 신비와 사명을 더 깊이 깨닫고 순종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제자들이 아직 감당하지 못한 진리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가 아직도 너희에게 이를 것이 많으나 지금은 너희가 감당하지 못하리라” (요 16:12). 여기서 ‘감당하다’는 헬라어 (βαστάζω, bastazō)입니다. 이는 ‘들어 나르다’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마음의 무게를 감당하고 짐을 책임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내면이 그 진리를 수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음을 아셨습니다. 곧 진리는 시간 안에서 점진적으로 계시되며, 성숙한 영혼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진리를 말씀하실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제자들은 그 진리의 깊이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단단한 음식을 먹일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히 5:12-14). 성도 여러분, 우리가 진리를 안다고 말하기 전에, 과연 우리의 내면이 그 진리를 감당할 수 있는 깊이와 순종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진리의 성령이 임하시면

이어지는 말씀에서 예수님은 “그러하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라고 하십니다 (요 16:13). 여기서 ‘인도하시리니’라는 동사는 (ὁδηγήσει, hodēgēsei)인데, 이는 길을 밝혀서 앞장서서 안내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진리의 성령은 추상적인 감동이나 정서적 흥분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참 진리로, 곧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뜻과 하나님의 구속 계획 속으로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진리’는 헬라어로 (ἀλήθεια, alētheia)인데, 이는 단지 ‘거짓이 아닌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감춰졌던 하나님의 의지와 실재가 드러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령은 그런 진리의 깊이를 열어주시며, 그 진리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십니다. 예수님도 기도하셨지요.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 (요 17:17).

성도 여러분, 성령은 말씀 없는 영이 아닙니다. 성령은 언제나 말씀을 통해 역사하시고, 말씀을 우리의 삶 가운데 살아 있게 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말씀 묵상과 순종 없는 성령 체험은 온전할 수 없습니다. 진리의 성령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알게 하시며,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십니다.

성령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으신다

예수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들은 것을 말하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 (요 16:13). 성령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일하시며, 아버지와 아들의 계획에 순종하십니다. 여기서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령이 독립적으로 계시를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고, 성자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우리 마음속에 다시 생생하게 불러일으키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장래 일’(τὰ ἐρχόμενα, ta erchomena)은 단지 미래의 사건만이 아니라, 구속사 속에서 드러날 하나님의 계획과 영광을 포함합니다. 이는 성령께서 교회에 알려주실 종말론적 지평을 의미합니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미리 알리시며, 우리가 그날을 소망하며 살아가게 만드십니다.

이 진리는 계시록의 영감과도 연결됩니다. 사도 요한은 요한계시록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해 하나님의 종들에게 반드시 될 일을 계시받았다고 고백합니다 (계 1:1-2). 이처럼 성령의 역할은 계시를 주도하거나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성자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게 하고, 그 말씀의 목적을 이루게 하는 사역입니다.

성령은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마지막으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가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겠음이라” (요 16:14). 여기서 ‘영광’(δόξα, doxa)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본질과 속성,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진정한 무게와 가치를 의미합니다.

성령의 사역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데 집중됩니다. 예수님의 ‘영광’이 성령의 사역의 목표입니다. 이는 우리가 성령 충만함을 구할 때,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게 되는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도 바울도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며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 (고후 3:18). 성령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게 하시며, 우리의 삶 가운데 예수의 영광이 재현되게 하십니다.

성도 여러분, 진정한 성령의 임재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높이는 데 있습니다. 은사와 체험은 도구일 뿐이며, 그 모든 일의 중심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기신 이 말씀은 단지 성령의 소개가 아닙니다. 이것은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구속 계획 안에서 성령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밝히 보여주는 계시입니다.

성령은 우리를 진리로 인도하시고, 그 진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조명하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또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장래 일을 우리에게 알리시고, 교회가 그 소망 안에서 흔들리지 않게 붙드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이 말씀 앞에서 우리도 고백합시다. “주님, 제 귀를 여시고 진리로 이끄소서.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시되, 말씀 위에 바로 서는 믿음을 주소서.” 성령의 빛이 여러분 각 사람의 마음에 충만히 임하시고, 진리의 길로 흔들림 없이 걷는 거룩한 순례의 걸음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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