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장 17절의 신학적 주해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로마서 1장 17절의 신학적 주해
1. 서론
로마서 1장 17절은 바울 신학의 핵심 구절 중 하나로, 개신교 신학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구절은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는 하박국 2:4의 인용을 포함하며, 하나님의 의(δικαιοσύνη θεοῦ, dikaiosynē theou)가 복음 안에서 어떻게 계시되는지를 설명한다. 본 논문에서는 로마서 1장 17절의 언어적, 신학적, 문맥적 분석을 통해 바울이 강조하는 신학적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2. 본문 분석과 원어 연구
로마서 1장 17절 (개역개정)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헬라어 원문
"δικαιοσύνη γὰρ θεοῦ ἐν αὐτῷ ἀποκαλύπτεται ἐκ πίστεως εἰς πίστιν, καθὼς γέγραπται· ὁ δὲ δίκαιος ἐκ πίστεως ζήσεται."
- δικαιοσύνη θεοῦ (dikaiosynē theou): "하나님의 의"라는 표현으로, 하나님의 속성인가, 혹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의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다.
- ἀποκαλύπτεται (apokalyptetai): "나타나다", "계시되다"라는 의미로, 하나님의 의가 복음을 통해 드러남을 의미한다.
- ἐκ πίστεως εἰς πίστιν (ek pisteōs eis pistin): "믿음에서 믿음으로"라는 문구는 여러 해석이 존재하며, 신앙의 발전, 믿음의 지속성 등을 의미할 수 있다.
- ὁ δὲ δίκαιος ἐκ πίστεως ζήσεται (ho de dikaios ek pisteōs zēsetai):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라는 구절로, 구약 하박국 2:4의 인용이다.
3. 문맥적 분석
로마서 1장 17절은 복음의 본질과 기능을 설명하는 16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6절에서 바울은 복음이 유대인과 헬라인을 포함한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임을 선언하며, 17절에서는 그 복음이 하나님의 의를 어떻게 계시하는지 설명한다. 즉, 16절이 복음의 보편성과 구원의 능력을 강조한다면, 17절은 그 구원이 믿음을 통한 의로움의 계시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16절에서 강조된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능력’이 17절에서 ‘믿음에서 믿음으로’라는 표현으로 연결되며, 구원이 행위가 아니라 믿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논리가 발전된다. 따라서 17절은 16절의 신학적 의미를 더욱 심화시키며, 바울이 제시하는 복음의 핵심 논지를 구체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16절에서 바울은 복음이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임을 선언하며, 17절에서 그 복음이 하나님의 의를 계시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이 구절은 단순한 신학적 논의가 아니라, 복음의 핵심 진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으로서, 로마서 전체의 구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1) 로마서 전체에서의 위치
로마서 1:16-17은 서신 전체의 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로마서는 인간의 죄(1:18-3:20), 믿음으로 얻는 의(3:21-5:21), 성화(6-8장), 이스라엘의 구원(9-11장), 그리고 신자의 삶(12-16장)으로 구성되는데, 1:17은 특히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교리를 강조하며, 이후 3장에서 더욱 상세하게 논의된다. 로마서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보면, 1:17은 하나님께서 구원의 길을 어떻게 열어 놓으셨는지를 선포하는 선언적 의미를 가지며, 바울 신학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2) 로마서 1:17과 1:18 이후의 연결
로마서 1:17이 하나님의 의를 나타낸다면, 1:18 이후의 단락은 하나님의 진노를 강조한다. 이는 바울이 복음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의가 계시되는 것과 동시에, 불의한 인간의 상태가 드러나게 됨을 보여준다. 따라서 1:17은 단순히 복음의 선언이 아니라, 그 복음이 왜 필요한지를 암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복음이 없이는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없음을 설명하기 위해, 바울은 하나님의 의와 진노를 대비시키며 논리를 전개한다.
3) 구약과의 관계
바울이 인용한 하박국 2:4는 원래 바벨론 포로 시대의 문맥에서 사용되었으며, 당시 하박국 선지자는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 유다는 하나님 앞에서 불의한 상태였고, 바벨론 역시 악한 민족이었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심판의 도구로 사용하실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하박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의로운 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하였고, 하나님께서는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살리라’고 응답하셨다(합 2:4). 이 말씀은 당시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심판과 회복의 약속을 신뢰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바울은 이 구절을 신약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보편적인 신앙 원리로 적용하였다. 즉, 의인은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에 참여하며, 율법의 행위가 아닌 전적인 신뢰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바울의 해석에서는 단순한 육체적 생존이 아니라 영적 생명과 구원의 원리로 확장되었으며, 이는 이후 개신교 신학에서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의 핵심 논거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 속에서 의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박국 2:4에서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표현은, 바벨론의 억압과 불의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의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바울은 이를 신약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믿음이 단순한 도덕적 태도가 아니라, 구원의 본질적인 원리임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바울은 하박국의 말씀을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신학적 변형을 가한 핵심 구절로 제시하고 있으며, 신약 시대의 새로운 믿음의 정의를 확립하는 기초로 삼고 있다.
4) 믿음과 의의 연관성
바울이 강조하는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는 구절은 신자의 존재 방식과 직결된다. 이 표현은 단순한 윤리적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 자체가 신자의 생명을 결정하는 요소임을 의미한다. 즉, 믿음은 단순한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이 관계 속에서 신자는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로마서 1:17은 바울 신학의 중심을 이루는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 교리의 기초가 된다.
4. 신학적 논의
1) 하나님의 의(dikaiosynē theou)의 의미
- 하나님의 속성으로서의 의: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본성, 즉 그의 공의롭고 거룩한 성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는 하나님께서 죄를 심판하시고, 공의를 세우시는 속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나님은 의로우시며, 그의 의는 인간의 죄를 심판하시는 기준이 된다(시 119:137, 단 9:7). 이러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의’는 죄에 대한 하나님의 정당한 심판을 포함한다.
- 칭의로서의 의: 루터 이후 개신교 전통에서는 로마서 1:17의 ‘하나님의 의’를 칭의(justification) 개념으로 해석하였다. 즉,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믿는 자를 의롭다 선언하시는 것을 의미한다(롬 3:21-26). 이는 인간이 자신의 의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없기에, 하나님의 은혜로 믿음을 통해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신학적 원리로 이어진다. 바울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강조하며, 이를 복음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롬 3:28, 갈 2:16).
- 언약적 의: 최근 신학 연구에서는 하나님의 의를 단순한 법적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자신의 언약을 성취하시는 것과 연관짓는 해석이 등장하였다. 즉,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께서 창세 전부터 계획하신 구원의 경륜을 이루시는 신실하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바울이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의 구원이 민족적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롬 9-11장).
2) ‘믿음에서 믿음으로’의 의미
이 문구는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는 난해한 표현 중 하나이다. 주요 해석들은 다음과 같다.
- 단계적 신앙 성장: 일부 학자들은 ‘믿음에서 믿음으로’(ἐκ πίστεως εἰς πίστιν)를 신자의 믿음이 점진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본다. 즉, 처음 믿음의 단계에서 시작하여 더 깊은 신뢰와 확신으로 나아가는 발전적인 과정이다.
- 믿음의 계속성: 또 다른 해석은 믿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자의 삶을 지탱하는 원리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본다. 이는 신자가 율법이나 행위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이루어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유대인과 이방인의 믿음: 일부 학자들은 이 문구가 먼저 유대인의 믿음에서 시작하여 이방인들에게까지 확장되는 구원의 역사적 흐름을 반영한다고 본다. 즉, 복음이 처음에는 유대인들에게 전해졌지만(롬 1:16), 이후 모든 민족에게 확산되었다는 신학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 믿음의 기원과 결과: 또 다른 해석으로는 믿음이 하나님의 의를 계시하는 과정에서 시작되며, 그 결과 신자가 믿음으로 반응한다는 의미로 본다. 즉,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믿음을 통해 시작되었으며, 결국 신자들의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신학적 개념이다.
3)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의 신학적 함의
이 구절은 바울이 구약 하박국 2:4를 인용한 것으로, 구약의 배경 속에서 그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박국 선지자는 바벨론의 침략과 유다의 멸망 앞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구원을 기대하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의인의 길을 제시했다. 바울은 이를 신약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이 구원의 기준임을 강조한다.
- 칭의론(Justification by Faith): 바울은 이 구절을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 교리의 기초로 삼는다. 신자는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로마서 3장과 갈라디아서 2장에서 더욱 강조되며, 바울 신학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 잡는다.
- 구원의 지속성: ‘믿음으로 살리라’는 단순한 칭의의 선언이 아니라, 신자의 지속적인 신앙 생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신자는 단순히 한 순간의 믿음이 아니라, 평생 동안 믿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믿음으로 시작하여 믿음으로 완성되는 삶’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 하박국의 말씀을 신약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은, 바울이 구원의 원리가 일관되게 믿음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약의 의인들이 믿음으로 살았듯이, 신약의 신자들도 동일한 원리로 살아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5. 신학적 적용과 결론
로마서 1장 17절은 복음의 본질을 설명하는 핵심 구절로, 하나님의 의가 믿음을 통해 계시되며, 신자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기독교 구원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구절 중 하나이며, 개신교 신학에서 ‘이신칭의’ 교리의 기초를 제공한다.
바울은 이 구절을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가 율법의 행위가 아닌 믿음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될 수 있음을 선포하며, 여기서 ‘율법의 행위’(ἔργα νόμου, erga nomou)란 모세 율법의 준수를 통해 의를 얻으려는 방식을 의미한다. 바울은 로마서 3:20에서 "율법의 행위로는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라고 말하며, 율법을 지키는 것이 구원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반면, ‘믿음’(πίστις, pistis)은 신자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들이는 수단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을 신뢰함으로써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서 전체 장별요약 및 강해 목록은 아래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각 장별로 중요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강해한 목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로마서 공부를 통해 하나님의 값 없이 주시는 은혜를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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