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성경

매일성경 묵상, 역대상 7:1–8:40

by 파피루스 2025. 5. 18.
반응형

이름 너머의 섭리: 잊힌 지파 속에 흐르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

역대상 7:1–8:40은 이스라엘의 여러 지파들, 특히 잊혀지기 쉬운 지파들의 계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문에는 잇사갈, 베냐민, 납달리, 므낫세, 에브라임, 아셀, 그리고 다시 베냐민 지파의 상세한 족보가 나옵니다. 많은 이름들이 연속적으로 나열되지만, 이 안에는 하나님께서 각 지파를 어떻게 기억하시고 사용하시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구속사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기억되지 않는 이름’ 속에서도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결코 잊지 않으신다는 위로와 교훈을 얻게 됩니다. 족보를 묵상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어떻게 민족을 세우시고, 어떻게 개인을 통해 공동체를 이끄시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지파별로 기록된 계보: 신실하신 하나님의 역사

본문 7장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지파는 잇사갈입니다. 잇사갈 지파의 자손으로는 돌라, 부아, 야숩, 시므론이 있으며(7:1), 이어지는 후손들도 언급됩니다. 이들은 전쟁에 능한 자로 소개되며, 그 수가 많았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이는 잇사갈 지파가 조용한 학문 지파로만 이해되기보다는, 실제로 전쟁과 방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7장 5절에 보면 "그 모든 형제가 큰 용사더니 그 족보에 기록된 자가 이십만 이천 명이었더라"라고 말하며, 그들의 군사적 역할을 드러냅니다.

납달리 지파(7:13)는 비교적 간략하게 언급되지만, 여전히 하나님께서 그들을 기억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계보입니다. 므낫세와 에브라임 지파는 요셉의 아들들로, 요셉이라는 영적 리더의 계보가 어떻게 이스라엘 안에서 확장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특히 에브라임 지파의 경우, 자손들이 블레셋 사람들과의 전쟁에서 죽임을 당하고(7:21), 그 뒤로 여러 대가 이어졌으며 결국 여호수아가 그 계보에서 나옵니다(7:27). 이는 실패와 상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구속사를 이어가신다는 교훈을 줍니다.

아셀 지파(7:30 이하)는 특이하게도 그 딸인 세라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족보가 남성 중심으로만 기록되던 당시의 문화 속에서 보기 드문 일이며, 하나님의 은혜와 기억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상징성을 가집니다. 이러한 기록은 하나님께서 잊지 않으시는 분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에브라임 지파의 상실과 회복: 고통 속에 이어지는 생명의 줄기

7장 중반부에 나오는 에브라임 지파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에브라임의 아들들인 에셀과 엘르앗이 가드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자(7:21), 에브라임은 여러 날 동안 애통해 하며 슬퍼합니다. 여기서 '애통하다'는 히브리어로 'אֵבֶל(에벨)'이며, 깊은 개인적 상실의 슬픔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이 애통함 이후에 태어난 아이가 '브리아'인데, 이는 '재앙 중에 태어난 자'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상실의 사건 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의 줄기를 일으키십니다. 브리아의 후손들 가운데 누아, 에레앗, 엘르아사마, 눈, 그리고 여호수아가 등장합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 지도자로, 그의 출현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구속사는 고통과 실패 속에서도 멈추지 않으며, 때로는 가장 연약한 순간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십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도 동일한 진리를 말합니다. 삶에서 상실을 겪고 절망할 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시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도구가 자라나고 있음을 기억하게 합니다. 족보는 단지 혈통의 기록이 아니라, 눈물 속에서 태어나는 소망의 증언입니다.

 

베냐민 지파의 확장과 책임: 가장 작은 자로서의 역할

역대상 8장은 다시 베냐민 지파의 계보로 집중됩니다. 사울 왕의 가문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 계보는 다소 복잡하고 다양한 이름들이 얽혀 있습니다. 8장 1절에서 베냐민의 아들들은 벨라, 아스벨, 아하라로 시작되고, 여러 대를 거쳐 사울과 요나단에 이릅니다. 이 계보는 단지 왕족의 가문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초기 왕정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배경이기도 합니다.

'사울'(שָׁאוּל, 샤울)은 '간구하다, 요청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이름 자체가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왕을 요청한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사무엘상 8장). 베냐민 지파는 가장 작은 지파로 여겨졌지만, 하나님은 그 지파에서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을 일으키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선택이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줍니다.

베냐민 지파는 이후의 역사에서 비극과 회복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사사기 마지막 장에서는 베냐민 지파가 거의 전멸할 뻔한 위기를 맞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보존됩니다. 이는 작은 자, 실수한 자라도 회개의 길을 통해 하나님께 다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계보 속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지만, 이 모든 이름은 하나님의 섭리 아래 존재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감당한 사람들입니다. 성경은 그 이름들을 잊지 않았으며,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앞에 기록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마무리

역대상 7장과 8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과 지파들의 족보로 채워져 있지만, 그 속에는 하나님의 기억과 섭리가 선명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잊혀진 것 같은 이름 하나하나가 하나님 앞에서는 소중하고, 실패와 고통의 순간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속사는 멈추지 않습니다. 작은 자, 잊힌 자, 슬픔 속에 있던 자라도 하나님의 손 안에서 존귀한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족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며, 우리 역시 그 계보 속에서 믿음으로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름보다 신실함, 지위보다 순종이 하나님 나라의 족보에 기록되는 기준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겸손히 주 앞에 서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