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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매일성경 묵상, 역대상 9:1-9:34

by 파피루스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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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시작점: 귀환한 자들과 하나님의 성전 섬김

역대상 9:1-9:34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초기 정착과 성전 섬김을 위한 질서 회복을 보여줍니다. 이 본문은 단순한 귀환자 명단이나 족보 정리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무너졌던 역사를 지나 다시금 언약 공동체로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준비시키시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회복의 서사입니다. 이름 하나하나에는 하나님의 기억과 구속의 손길이 스며 있고, 성전 섬김의 질서 안에는 하나님의 거룩과 임재를 향한 백성의 헌신이 담겨 있습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회복은 언제나 질서와 책임, 그리고 예배의 중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됩니다.

 

포로와 귀환: 심판 이후에도 끊어지지 않는 언약

9장 1절은 이스라엘 전체가 족보대로 등록되었음을 언급하며 시작합니다. “온 이스라엘이 그 계보대로 등록되매 그들은 이스라엘 왕들의 책에 기록되었더니 유다가 범죄하매 바벨론으로 끌려갔더니라.” 이 구절은 단 한 문장으로 이스라엘의 역사, 범죄, 심판, 그리고 기억을 모두 압축하고 있습니다.

‘등록되었다’는 히브리어로 ‘כָּתַב(카타브)’이며,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하나님께서 기억하고 계시다는 상징입니다. 백성은 죄로 인해 흩어졌지만, 그들의 이름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비록 바벨론으로 끌려갔지만, 그 이름들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이것이 회복의 씨앗이 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심판 중에도 자기 백성을 기억하시고, 다시 회복하실 계획을 품고 계셨다는 구속사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반복되는 불순종과 회개, 심판과 회복의 순환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은 신실하시며, 그분의 언약은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습니다. 9장에 등장하는 족보와 명단은 단지 행정적 목적이 아니라, 회복된 공동체를 하나님이 어떻게 재조직하셨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구속사적 표지입니다.

 

예배를 위한 자리 재배치: 하나님을 위한 준비

9장 2절부터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자들의 정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처음으로 자기 산업과 성읍에 거주한 이스라엘 사람은 제사장과 레위 사람과 느디님 사람이더라.”(9:2) 여기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들은 제사장, 레위인, 느디님 사람들입니다. 이는 공동체 회복의 핵심이 예배의 회복, 곧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와 찬양, 섬김에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느디님’(נְתִינִים, 느티님)은 성전 일을 돕기 위해 지정된 사람들로, 성전의 실무를 감당했던 조력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회복의 우선순위를 예배의 질서에서 시작하셨습니다. 각자의 직분은 제사장, 찬양대, 문지기, 성물 관리자로 세분되며, 이는 하나님 앞에서 아무도 자기 뜻대로 섬기지 않고,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특히 9장 10절부터 등장하는 제사장들과 14절 이하의 레위인들은 이름과 역할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하나님이 그들의 헌신을 기억하시고, 그 질서를 회복시키고자 하셨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명단이 아니라, 섬김의 자리로 부름받은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이러한 섬김은 개인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식과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레위인 중 한 그룹은 찬양을, 다른 그룹은 성소의 문을 지키며, 또 다른 이들은 성물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각각의 역할은 예배 전체의 질서와 경건함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으며, 오늘날 교회 안의 모든 직분자와 봉사자들에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문지기의 직분: 가장 낮은 자리, 가장 거룩한 책임

9장 17절 이하에서는 문지기들의 이름과 계보, 그리고 그들이 맡은 사역의 중요성이 집중적으로 다뤄집니다. 문지기들은 회막의 문을 지키는 자로서 단지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거룩과 속됨을 구분하는 영적 파수꾼이었습니다.

‘문지기’는 히브리어로 ‘שֹׁעֵר(쇼에르)’이며, 이는 지킨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소를 출입하는 이들을 감시하고,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의 표현이었으며, 회복된 공동체가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영역이 거룩함을 유지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본문에 기록된 문지기들은 조상 대대로 그 직분을 감당한 자들이며, 그들은 순번을 따라 성소를 섬겼습니다. 9장 26절은 “이 문지기 중 몇이 다 맡아 여호와의 전의 방들과 곳간을 지켰더라”고 말하며, 문지기의 역할이 단순히 문을 여닫는 것이 아니라, 성소의 물품과 성결을 책임지는 중대한 직임임을 나타냅니다.

또한 9장 33절에는 찬송하는 자들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밤낮으로 그 직분에 전념했다고 기록합니다. 이는 회복된 예루살렘 공동체가 단지 건축이나 정치적 회복에 그치지 않고, 예배 중심의 회복을 지향하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예배를 받기 원하시는 분이며, 백성의 거룩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십니다.

이처럼 성전 문지기와 찬양대는 눈에 띄는 직분이 아닐 수 있으나, 하나님의 임재를 지키는 최전선의 사명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사역은 오늘날 교회의 예배 인도자, 안내자, 중보기도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며, 그 사명은 외형이 아닌 중심의 거룩함과 성실함에서 나오는 것임을 일깨워 줍니다.

마무리

역대상 9:1-9:34은 단순한 귀환자 명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바벨론 포로기 이후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하셨는지를 보여주는 구속사의 기록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기억하시며, 그들이 거룩한 질서 안에서 예배를 회복할 때 함께하십니다. 제사장, 레위인, 문지기, 느디님—이 모두는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직분과 부르심을 상징하며, 예배의 회복이 곧 하나님의 나라의 회복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의 집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예배의 중심을 지키는 섬김의 자리에 신실히 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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