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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세계/성경인물

부활의 증인, 누가복음 24:13–35 엠마오로 가는 길

by 파피루스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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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부활의 증인을 만나다

누가복음 24장 13절부터 35절까지의 본문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사건은 부활의 사실이 단지 역사적 기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신앙과 삶 속에서 어떻게 능력으로 작동하는지를 강하게 보여줍니다. 두 제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목격한 후 절망에 빠진 상태였고, 엠마오라는 마을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 절망의 길 위에서 그들에게 동행하셨고, 그들과의 대화와 식탁의 교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이 만남은 제자들의 마음을 변화시켰고, 결국 그들을 다시 사명의 자리인 예루살렘으로 돌이키게 만들었습니다. 엠마오 길은 단순히 지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믿음이 회복되고 부활의 증인이 되는 신자의 영적 여정을 상징합니다. 이 본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주님을 만나고, 어떻게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갈 것인지 함께 깊이 묵상해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절망과 혼란 속에 있는 자들에게 찾아오십니다

"그 날에 그들 중 둘이 예루살렘에서 이십오 리 되는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면서" (눅 24:13)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 제자들은 두려움과 절망 가운데 흩어졌습니다. 그 중 두 명은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성전이 있었고,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실망과 좌절 속에 그곳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상처받고 기대가 무너질 때, 가장 소중했던 자리에서 등을 돌리기 쉽습니다.

이 여정 속에서 예수님은 조용히 그들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들은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주님은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다가오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슬픔을 물으시며 대화의 중심에 서십니다. 제자들은 기대했던 메시야가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졌고, 부활의 소식을 들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은 오늘날 우리 신앙인의 현실적인 모습과도 매우 유사합니다. 말씀을 듣지만 믿어지지 않고, 소망을 이야기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절망이 있는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꾸짖지 않으시고, 모세와 선지자들의 글을 풀어 설명하시며 천천히 그들의 마음을 열어 가십니다. 이 과정은 성령께서 오늘날 우리에게 말씀을 조명해주시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성경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은 혼란 속에서도 빛을 비추며, 우리의 내면을 밝히는 은혜의 도구가 됩니다. 절망과 혼란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여전히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주님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동행하고 계십니다.

말씀과 떡을 통해 눈이 열리고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저희와 함께 음식을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저희에게 주시니 그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눅 24:30-31)

예수님은 제자들의 간청을 따라 그들과 함께 머무시며 식탁에 앉으십니다. 그리고 떡을 떼어 축사하시고 주시는 순간, 제자들의 눈이 밝아져 그분이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하루 종일 말씀을 들었지만 눈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 떡을 떼는 순간에 비로소 열리게 됩니다.

이 장면은 단지 육체적인 눈의 변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적인 각성과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그동안 말씀을 통해 서서히 준비되어 오던 그들의 내면이, 떡을 떼는 행위를 통해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떡을 떼는 행위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에서 하셨던 행동을 상기시키며, 그들에게 십자가와 부활을 다시 각인시키는 성례적 순간이었습니다.

오늘날도 주님은 말씀과 예배, 특히 성찬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눈이 어두운 우리는 때때로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고, 기도하면서도 응답을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씀을 가까이하고, 주님과의 교제를 지속할 때, 어느 순간 우리의 눈이 열리고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경험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주님께서 살아 계시며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의 증거입니다. 이 확신은 신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며, 우리가 다시 믿음의 걸음을 내딛도록 힘을 줍니다.

부활의 증인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향합니다

"곧 그 시로 일어나 예루살렘에 돌아가 보니 열한 사도와 및 그와 함께한 자들이 모여 있어" (눅 24:33)

엠마오까지의 길이 마무리되자, 두 제자는 그 밤중에도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제는 피하려 했던 곳, 실패와 절망의 상징이었던 그곳이 아니라, 부활의 소식을 나누어야 할 사명의 장소가 된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나누기 위해, 다시 공동체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과 같은 체험을 한 다른 제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부활의 증인된 자는 고립되지 않습니다. 그는 공동체 속에서 간증하고 나누며, 함께 부활의 기쁨을 확인하고 증거합니다. 부활의 소식은 단지 나만의 감격으로 끝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해져야 할 복음이며, 함께 나눌 때 그 감격은 배가됩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세상 속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만난 주님, 우리가 받은 은혜를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 그것이 부활 신앙의 본질입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행동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부활의 증거를 드러내야 합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제자들처럼, 우리도 우리의 사명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는 세상에 외쳐야 합니다. "주님은 살아나셨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보았습니다."

엠마오 길에서 예수님을 만난 두 제자는 단순히 감정적인 변화만을 경험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실제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다시 예루살렘으로, 다시 사람들 속으로, 다시 사명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부활의 증인은 머무르지 않습니다. 경험한 자는 움직이며, 깨달은 자는 전하며, 만난 자는 나아갑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부활의 증인의 삶입니다.

마무리

누가복음 24:13–35의 엠마오 사건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의 변화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절망의 길에서 부활의 주님을 만나고, 말씀과 떡을 통해 눈이 열리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 부활의 소식을 전하는 그들의 여정은 오늘 우리 신앙인의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부활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믿음을 새롭게 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며, 증인의 삶으로 초대하는 살아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절망의 길에서도 동행하시는 주님을 발견하고, 날마다 말씀과 예배 속에서 그분을 인식하며, 부활의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엠마오 길이 부활의 현장으로, 사명의 자리로 바뀌는 은혜가 우리 모두의 삶에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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