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숫자 ‘0’에 담긴 상징성: 공허함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
성경 속 수많은 숫자들 중 ‘0’은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그 상징성과 신학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본 글은 성경 속에서 ‘0’이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이 하나님의 섭리와 창조, 심판, 회복이라는 거대한 구속사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성찰합니다. 우리는 ‘0’이라는 숫자에 대해 단순한 ‘없음’ 또는 ‘무(無, 히브리어: tohu)’로만 보지 않고, 하나님이 새롭게 창조하시기 전의 질서 이전 상태, 인간의 한계, 그리고 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진리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 글은 성경의 본문과 히브리어·헬라어 원어 주해를 통해 숫자 ‘0’의 상징성과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깊은 뜻을 알아가는 여정을 돕고자 합니다.
무(無)의 시작: 창조 이전의 상태
성경에서 ‘0’이라는 숫자 자체는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창세기 1장 2절을 보면 하나님의 창조 이전 상태가 ‘혼돈’과 ‘공허’로 표현됩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창세기 1:2)
여기서 ‘혼돈하고 공허’는 히브리어로 tohu wa-bohu*로, *tohu(תֹּהוּ)는 ‘형체 없음, 무형’의 의미를 지니며, 일종의 ‘제로(0)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질서나 구조가 없는 존재 상태로, ‘0’이 상징하는 ‘아무것도 없음’과 본질적으로 일치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무형의 상태’에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즉, ‘0’은 하나님의 창조사역이 시작되는 자리,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은혜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없음’이 끝이 아니라 하나님이 임하시는 자리이며, 그분의 영이 운행하시며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시는 시작점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의 무능함과 하나님의 전능함
성경에서 ‘0’에 해당하는 개념은 종종 인간의 무능함이나 한계를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욥기에서 욥은 고난 가운데 자기 존재를 철저히 무의미하다고 고백합니다.
“내가 태에서 죽었더라면, 내 어머니가 나를 낳지 아니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욥기 3:11)
욥의 고백은 존재의 부재, 즉 ‘0’의 상태를 소망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無)’의 상태에 대한 소망은 인간의 고통 속 절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히려 하나님 없이는 인생이 아무 의미 없음을 드러냅니다.
신약에서도 바울은 인간의 자랑을 철저히 무화시킵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이 세상에서 어리석은 자가 되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 (고린도전서 3:18)
여기서 ‘어리석음’은 자아를 ‘0’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오직 하나님의 지혜만이 유일한 지혜임을 인정하는 겸손입니다. 이처럼 성경은 ‘없음’과 ‘무능’의 상태를 단지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완전히 낮출 때 하나님의 능력이 머문다는 진리를 가르칩니다.
회복과 재창조의 문턱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은 종종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새로운 시작으로 이해됩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곧 구원 받을 수 없는 영적 ‘제로(0)’ 상태에서 오셨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8)
여기서 ‘아직 죄인 되었을 때’는 인간의 공로가 전혀 없는 ‘0’의 상태입니다. 우리는 아무런 자격도 없이 하나님의 은혜를 입습니다. 신학적으로 이것은 ‘무자격적 은혜’(sola gratia)이며, 존재하지 않는 데서 하나님이 생명을 부여하신 은혜의 극치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부활은 무덤이라는 ‘끝’과 ‘제로’에서 시작된 새로운 창조입니다. 죽음은 인간 존재의 완전한 종료, ‘0’의 상태이지만,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 새 생명을 일으키십니다. 이 부활의 사건은 성경 전반에 걸쳐 ‘없음’이 결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하심의 무대라는 사실을 선포합니다.
마무리
숫자 ‘0’은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없음’, ‘무’, ‘공허함’이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드라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창조 이전의 상태, 인간의 한계, 그리고 회복의 출발점으로서의 ‘0’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를 더욱 깊이 묵상하게 하는 상징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무의미함을 경험할 때, 그 자리가 하나님이 일하시기 시작하시는 자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0’에서도 새 생명을 일으키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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