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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세계/성경토픽

성경의 숫자 ‘5’에 담긴 은혜와 책임의 역설적 상징

by 파피루스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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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손길과 율법의 구조를 따라

성경에서 숫자 ‘5’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수량처럼 보이지만,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순종, 그리고 언약의 질서를 동시에 나타내는 깊은 상징적 구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חָמֵשׁ’(chamesh)와 헬라어 ‘πέντε’(pente)는 오경, 오감, 다섯 손가락, 다섯 기둥, 다섯 제사 등을 통해 신구약 전체를 통틀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다섯이라는 수가 단순한 수리적 단위를 넘어서 하나님의 질서, 은혜, 책임을 동시에 부각하는 구조적 상징임을 보여줍니다. 본문은 숫자 ‘5’에 담긴 의미를 창조 질서, 언약의 기초, 그리고 은혜의 구조라는 주제로 나누어 분석하며, 신자들이 일상에서 이 상징을 어떻게 묵상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신학적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 숫자가 교리적, 실천적 차원 모두에서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를 교부적 전통과 예배의 실제를 통해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언약의 기초로서의 ‘다섯’ 구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율법은 모세오경(Pentateuch)이라는 명칭 그대로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단지 문서의 배열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과 계시가 구조적으로 완결된 단위로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오경은 히브리어로 ‘토라’(תּוֹרָה, torah)라 불리며, 이는 단지 법률적 개념이 아닌 ‘가르침’, ‘지시’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이 다섯 권은 창조(창), 구속(출), 성결(레), 광야의 연단(민), 언약의 갱신(신)이라는 구속사적 흐름을 내포하며, 이는 성경 전체를 꿰뚫는 신학적 골격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5’는 하나님의 통치 질서 속에 있는 인간의 삶이 어떻게 형성되고, 연단되며, 갱신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유대교 전통에서 오경은 하루 세 번의 기도, 일곱 절기, 열 계명과 함께 공동체의 삶을 형성하는 핵심 지침으로 기능했으며, 이 모든 구조의 토대 위에 다섯이라는 수가 놓여 있습니다.

성막의 구조와 제사 제도에서도 ‘5’는 반복됩니다. 번제단은 길이와 너비가 각각 다섯 규빗이었으며(출 27:1), 제사의 종류는 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의 다섯 가지로 구분됩니다. 이 다섯 제사는 각각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공동체 회복, 죄와 속죄, 헌신과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기능하며,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성결함을 회복하고 유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도구입니다. 다섯 기둥(출 26:37)은 성막의 출입문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하나님과의 만남의 자리로 향하는 신성한 문턱의 상징이 됩니다.

교부 전통에서는 ‘5’를 감각적 인간성과 구속적 신성의 중재적 숫자로 보기도 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오감(視·聽·촉·미·후)을 다섯으로 나누고, 이를 통해 세상과 관계 맺되, 성령 안에서 그 감각이 정화되어 하나님을 향한 의례와 묵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영적 통찰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숫자 ‘5’는 단지 규범의 수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하나님의 계시가 만나는 신비의 접점이 됩니다.

은혜의 손길과 인간의 책임 사이에서

‘5’는 종종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는 수로 해석됩니다. 이는 특히 신약의 오병이어 사건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예수께서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은 단지 기적의 능력보다는, 하나님의 자비와 풍성하신 공급을 드러내는 본보기입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오라 하시고…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게 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매 모든 사람이 먹고 배부르매” (마태복음 14:17–20)

이 사건은 하나님의 손길이 물질 세계와 인간의 육체적 필요 속에 깊이 개입하신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 출발점이 ‘5’라는 숫자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 개의 떡은 은혜의 출발이자 나눔의 통로가 됩니다. 여기서 숫자 ‘5’는 풍성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소유의 초월과 분배의 원리를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나눔은 은혜의 확장입니다.

인간의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점은 창조의 목적 속에서 인간이 세상과 관계 맺는 도구가 ‘5’라는 구조를 따르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다섯 손가락은 일을 행하고, 예배하며, 기록하고,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고받는 인간 활동의 근간이 됩니다. 이는 ‘5’가 인간 존재 자체 안에 내재된 구조적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다섯 손가락은 구약 제사장의 축도 행위, 예수님의 손길을 통한 치유 사역의 구체적 수단이 되었으며, 구속사적 손길의 통로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예수께서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다섯 가지 의로움(마 5장)—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는 은혜에 응답하는 인격적 삶의 모습으로 ‘5’의 구조 안에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윤리적 권면을 넘어, 은혜의 구조가 윤리적 실천으로 귀결된다는 신학적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다섯은 은혜의 숫자이자, 책임의 숫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일방적 자비를 받은 존재일 뿐 아니라, 그 자비에 응답하는 도덕적 주체로 살아가야 합니다. ‘5’는 이 이중적 긴장을 형상화합니다.

인류 역사와 언약의 전진을 이끄는 ‘다섯’의 반복

성경은 중요한 전환점마다 ‘5’의 상징을 구조적으로 사용합니다. 다섯 처녀의 비유(마 25장)에서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준비된 자의 상징으로,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은 다섯 처녀와 대조됩니다. 이 비유는 종말론적 메시지를 내포하며, 숫자 ‘5’를 통해 구원과 심판, 준비와 미비 사이의 결정적 경계를 설정합니다.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슬기 있는 자 다섯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마태복음 25:1–4)

이 비유에서 ‘5’는 영적 민감성과 준비 태도를 함축하며, 신앙의 경각심을 자극하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교부들은 이 다섯 처녀를 내면의 덕목, 혹은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의로운 삶의 형상으로 보았으며, 그 대비 속에서 성숙한 영성과 영적 나태의 차이를 조명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다섯 왕국 또는 다섯 도시 연합(수 10:5)과 같이 숫자 ‘5’는 집단의 구성과 정치적 동맹을 구성하는 상징적 단위로도 나타나며, 인간 사회의 조직적 구조에 하나님의 주권이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5’는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국가 간의 질서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가 스며든 숫자로 기능합니다.

또한, 다섯 가지 희생을 통합적으로 제시한 레위기의 구조는 예배의 단계적 구성으로서, 속죄에서 화목으로, 거룩에서 헌신으로 나아가는 영적 성장의 여정을 시사합니다. 교회 전통에서는 이 다섯 제사를 그리스도의 희생과 중보사역을 예표하는 통합적 예배 체계로 이해해 왔으며, 각 제사의 성격이 복음의 다양한 국면을 조명해 준다고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성경적 인물 가운데 모세, 다윗, 엘리야, 예레미야, 바울과 같은 대표 인물들을 다섯으로 분류해보면, 율법, 왕권, 예언, 고난, 복음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존재들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들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매개하며 시대를 열었던 사명을 상징적으로 함축하는 존재들로, ‘5’라는 숫자를 통해 구속사의 전환과 확장을 암시합니다. 이는 인물의 수적 배열을 넘어, 하나님께서 역사를 이끄시는 구조적 방식으로서 ‘5’가 어떤 고유한 신적 코드로 기능함을 시사합니다.

마무리

숫자 ‘5’는 성경 속에서 언약의 구조, 예배의 형태, 인간의 삶과 사명, 그리고 은혜의 질서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깊은 상징성을 부여받은 수입니다. 오경과 제사의 구조, 오병이어와 다섯 손가락, 다섯 처녀의 비유, 그리고 구속사적 인물 구성을 통해 드러나는 이 숫자는 단지 수량적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응답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역동적으로 기능하는 상징입니다.

‘5’는 율법의 질서이자, 은혜의 선물이요, 동시에 윤리적 결단의 호출입니다. 우리는 이 숫자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뿐 아니라, 그 은혜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신앙의 구조를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예배 속 제의 구조, 공동체적 관계, 선교적 삶 속에서 이 구조를 반복하며 새롭게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신자는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구조적 질서에 참여하는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숫자 ‘5’는 우리가 그분 앞에 서는 방식, 그분의 뜻을 따르는 삶의 형식을 구조화하는 성경적 수이며, 기억과 실천을 향한 초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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