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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요한계시록 17:1–18 묵상, 음녀 바벨론

by 파피루스 2025.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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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음녀 바벨론의 심판

요한계시록 17장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속 권세와 그 최후에 관한 깊은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단지 종말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거룩한 분별과 믿음의 순결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세상의 유혹과 권세, 종교적 타락 앞에서도 주님께 속한 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야 합니다. 본문은 화려하게 치장된 음녀와 그녀가 타고 있는 붉은 짐승, 그리고 그녀의 최후를 통해 우리가 진정 의지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음녀의 정체와 상징성

요한은 성령 안에서 "많은 물 위에 앉은 큰 음녀"(17:1)를 봅니다. 이 표현은 구약에서 음행하는 자가 하나님의 언약을 저버린 우상숭배자였던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호세아 2장 참고). 여기서 "음녀"(헬라어: porne)는 단순한 성적 타락을 의미하지 않고, 하나님 대신 다른 권세나 이익, 정치적 힘과 결탁한 영적 타락을 상징합니다. "많은 물 위"는 15절에서 설명되듯이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을 의미합니다. 즉, 이 음녀는 전 세계를 타락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세상 모든 권력과 문화, 사상이 하나님을 떠나게 하는 힘을 가졌음을 뜻합니다.

음녀는 "자주색과 붉은 색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것과 그의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였습니다(17:4). 자주색과 붉은 색은 당시 로마 황제와 귀족들이 즐겨 입던 색깔로 권위와 사치, 화려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겉모습과는 달리 손에 든 금잔 안에는 가증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는 세속적인 번영과 화려함이 실제로는 영적 부패와 죄악의 도구가 됨을 경고하는 상징입니다.

그녀의 이마에 기록된 이름은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불립니다. 구약의 바벨론은 하나님의 백성을 포로로 잡고 하나님을 대적한 나라였습니다. 여기서 바벨론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하나님을 거스르는 세속적 체제 전체를 상징합니다. ‘어미’라는 표현은 이 바벨론이 수많은 다른 음행의 근원이 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짐승과 음녀의 관계

음녀는 "일곱 머리와 열 뿔 가진 붉은 짐승" 위에 앉아 있습니다. 이 짐승은 요한계시록 13장에서 이미 등장했던 적그리스도의 상징입니다. 짐승은 하나님을 대적하고 성도를 핍박하는 정치적 권세를 대표합니다. 그 위에 앉은 음녀는 이 정치 권세와 결탁한 종교적 타락 또는 문화적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종교와 권력이 결탁하여 하나님이 아닌 세상의 가치와 명예를 따를 때, 그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음행이 됩니다.

17:6에서 요한은 음녀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한 것"을 보고 놀랍게 여깁니다. 이는 단순히 박해의 수단이었던 정치 권력만이 아니라, 그 권력을 정당화하거나 신성시했던 종교적 세력이 하나님의 백성을 핍박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타락한 종교와 세속 권력은 결국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됩니다.

17:8부터는 짐승에 대한 해석이 이어집니다.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지금은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멸망으로 들어갈 자"라고 표현됩니다. 이는 적그리스도가 이전에 세상에 영향력을 가졌고, 일시적으로 사라진 듯 보이나 다시 등장하여 하나님의 대적이 될 것임을 뜻합니다. 그러나 그 끝은 ‘멸망’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악의 세력은 반드시 심판받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일곱 머리와 열 뿔의 의미

17:9에서 일곱 머리는 여자가 앉은 일곱 산이라고 해석됩니다. 이는 로마의 일곱 언덕을 상징할 수 있으며, 곧 로마 제국 자체를 가리킵니다. 동시에 일곱 머리는 일곱 왕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왕들 중 다섯은 이미 망하였고, 하나는 현재 존재하며, 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요한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연관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역사 가운데 등장하는 세속 권세들이 변하지만 모두 하나님께서 허용하신 한계 속에 존재함을 나타냅니다.

열 뿔은 열 왕을 상징하며, 아직 나라를 받지 않았지만 장차 짐승과 함께 한때 권세를 받을 자들입니다(17:12). 이들은 짐승과 뜻을 같이하여 어린양을 대적하나, 어린양은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시므로 그들을 이기실 것"입니다(17:14). 여기서 "이기다"(헬라어: nikao)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정복을 의미합니다. 어린양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이미 이기셨고, 마지막 날 그 승리를 완전하게 드러내실 것입니다.

흥미로운 반전은 17:16에서 짐승과 열 뿔이 음녀를 미워하고, 벌거벗게 하며 살을 먹고 불에 태운다는 것입니다. 이는 악의 연합이 일시적으로는 강해 보이나, 그 내부에는 결국 자멸적 갈등과 파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악을 악으로 심판하시며, 그 뜻을 이루십니다.

17:17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해석하는 열쇠입니다. "하나님이 자기 뜻대로 할 마음을 그들에게 주사 한 뜻을 이루게 하시고… 그 말씀이 응하기까지 하시더라"는 구절은 모든 역사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인간의 정치와 역사는 혼란스럽고 악으로 가득 찬 것 같지만, 결국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그분의 뜻이 성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무리

요한계시록 17장은 성도가 세상 가운데서 분별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화려하고 강력해 보이는 세상의 체제도 결국은 자멸하고 하나님의 심판 아래 무너질 운명입니다. 우리는 눈앞의 세속적 권세나 유혹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어린양을 따르는 자로서 충성과 거룩함을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반드시 성취되며, 그분은 만왕의 왕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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