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의 몰락과 성도의 분별
하늘에서 내려온 큰 권세의 천사는 무너질 바벨론을 선포합니다. 그 도시는 귀신의 처소, 온갖 더러운 영의 거처가 되었고, 세상의 왕들과 상인들은 바벨론의 음행과 사치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백성에게 말씀하십니다.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재앙을 받지 말라." 이 묵시는 단지 과거의 도시가 아니라, 모든 시대의 죄악된 세속적 체계를 상징하며, 성도는 이를 분별하여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참여해야 함을 일깨웁니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큰 권세의 천사
요한계시록 18장 1절에서 요한은 "다른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니 큰 권세를 가졌는데 그의 영광으로 땅이 환하여지더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큰 권세'(ἐξουσίαν μεγάλην, exousian megalēn)는 단순한 능력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위임을 나타냅니다. 이 천사는 하나님의 사자로서 이 땅에 임하는 심판을 선포합니다. 그의 영광으로 땅이 환해졌다는 표현은 구약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할 때 자주 사용되는 이미지입니다(출 40:34, 겔 43:2). 이는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 그 자체가 세상의 심판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선언입니다.
이 천사의 등장과 메시지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심판의 공의가 정점에 이르렀음을 선포합니다. 빛 가운데서 드러난 어두움의 실체, 그것이 바로 바벨론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번영과 화려함이 결코 하나님의 뜻을 대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이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야 합니다. 성도는 이 천사의 선포를 듣고, 빛의 영광에 눈이 멀지 않고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음행과 타락의 도성 바벨론
2절에서 바벨론은 '귀신의 처소', '각종 더러운 영의 모이는 곳', '각종 더럽고 가증한 새의 모이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단지 도덕적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폐허가 된 상태, 곧 하나님을 떠나 마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상태를 묘사합니다. '귀신의 처소'로 번역된 원어 κατοίκησις는 '영구적 거주지'를 의미합니다. 이는 바벨론이 일시적 악의 본거지가 아니라, 그 악이 고착된 실체임을 강조합니다.
3절은 바벨론의 영향력이 왕들과 상인들에게까지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그 음행의 진노의 포도주"라는 표현은 바벨론이 행한 불의와 부정, 하나님을 대적한 삶의 방식이 마치 중독성 있는 술처럼 세상의 권력자들과 부유한 자들을 취하게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포도주'는 종종 하나님의 진노 혹은 유혹과 심판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사 51:17, 렘 25:15).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도 이러한 바벨론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탐욕과 쾌락, 권력과 쾌속의 문화는 우리로 하여금 그 영적 중독에 빠지게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도시를 향해 '무너졌다, 무너졌다'고 두 번이나 선언하십니다. 이는 확정된 심판을 강조하며, 하나님의 뜻은 이 타락한 체계의 종말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나와서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라
4절에서 우리는 놀라운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의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 이 구절은 출애굽기의 하나님의 부르심과도 유사합니다. 하나님은 애굽의 재앙 속에서도 자기 백성을 구별하시고 건지셨습니다. 여기서 '나오라'(ἐξέλθατε, exelthate)는 강한 명령형 동사로, 즉각적이고 결단력 있는 순종을 요구하는 표현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바벨론과 구별되어야 합니다. 단지 도덕적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 살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존재로 부르심 받았습니다. 이 부르심은 오늘날도 동일하게 유효합니다. 물질주의, 성공지상주의, 자기중심주의에 물든 세상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서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 거룩하심에 동참해야 합니다.
5절부터 8절까지는 바벨론의 죄악과 그로 인한 심판의 정당성을 드러냅니다. "그 죄는 하늘에 사무쳤으며 하나님은 그의 불의한 일을 기억하신지라"(5절). '사무쳤다'(ἐκολλήθησαν, ekollēthēsan)는 표현은 본래 어떤 것이 밀착되어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죄가 단지 잠시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얽히고설킨 지속적 반역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죄악을 잊지 않으십니다. 은혜의 하나님이심과 동시에, 공의의 하나님이심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6절의 "그가 준 대로 그에게 주고 그의 행위대로 갑절을 갚으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공정하신 보응을 나타냅니다. 이중적 보응은 구약에서 종종 하나님의 완전한 심판을 의미합니다(사 40:2, 렘 16:18).
7절은 바벨론이 스스로를 높이고 자찬하며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나는 여왕으로 앉은 자요 과부가 아니라 결단코 애통함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이는 스스로 무너질 수 없다고 자부하는 자아도취적 교만의 극치를 나타냅니다. 그러나 8절은 이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입니다. "그러므로 하루 동안에 그 재앙들이 이르리니 곧 사망과 애통함과 흉년이라." 하나님은 그들의 교만을 한순간에 꺾으십니다. 이는 신속하고 결정적인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며, '불로 태워지리니'라는 표현은 전적인 멸망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은 악을 영원히 용납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러한 심판의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 속에서 어떻게 거룩을 추구하며 살아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마무리
요한계시록 18:1-8은 단지 고대 바벨론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의 중심에 도전하는 세속적 가치와 구조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메시지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 세상의 유혹과 타락에서 분별하여 나와야 하며, 거룩하신 하나님께 속한 자로서 영광과 순종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분명합니다. 그분의 심판은 정당하며, 그분의 부르심은 긴급합니다. 우리는 이 말씀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반응하며, 날마다 새롭게 결단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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