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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행전

마가복음 12:35-37 주해와 묵상

by 파피루스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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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자손인가, 다윗의 주인가?(마가복음 12:35-37)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 많은 사람은 그분께 율법의 문제를 묻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예수님께서 오히려 질문하십니다. “어찌하여 서기관들이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라 하느냐?” 이 질문은 단순히 메시아의 족보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메시아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예수님은 다윗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주께서 내 주께 말씀하시기를’이라 말한 것을 인용하시며, 메시아는 단순히 다윗의 후손이 아니라 다윗의 ‘주’임을 선언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지 유대인들의 기대를 바로잡는 정도가 아니라, 구속사 전체에서 그리스도의 위격과 권위를 드러내는 핵심 계시입니다.

 

다윗의 자손이라는 기대와 한계

당시 유대 사회에서 ‘다윗의 자손’은 메시아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이는 사무엘하 7장에서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그의 왕위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신 언약에 근거합니다. 유대인들은 이 언약을 따라, 메시아가 다윗의 혈통을 이어받은 왕으로 나타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이 기대는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희망과 결합되어, 메시아를 로마의 억압에서 구원할 정치적 지도자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기대를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단지 혈통적 계승이나 정치적 해방자로서의 메시아상은 구속사적 관점에서 너무 협소한 이해입니다. 예수님은 시편 110편 1절을 인용하시며,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일 뿐 아니라, 다윗이 주라 부른 분임을 밝히십니다. 이것은 메시아가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신적 권위를 지닌 존재라는 선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다윗 자신이 성령의 감동으로 “내 주”라고 부른 표현입니다. 히브리어로는 “נְאֻם יְהוָה לַאדֹנִי”(여호와께서 내 주께 말씀하시기를)라는 구절입니다. 이 말은 동일한 존재 안에서 두 위격이 대화하는 것으로, 삼위일체의 하나님 속에서 성부와 성자 사이의 내적 교통을 드러냅니다. 다윗의 자손으로 오실 그리스도는 인간이되 하나님이신 분, 곧 참 사람이며 참 하나님이십니다.

 

시편 110편의 메시아적 의미

예수님이 인용하신 시편 110편은 고대 유대 전통에서도 메시아 시편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다윗이 자신의 후손을 ‘주’라고 부른 이 장면은, 구약적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유대 사회에서 조상은 후손보다 항상 우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윗이 자신의 후손을 ‘주’라 칭했다는 것은, 단순히 후손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어진 궁극적 주권자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교부 아타나시우스는 이 구절을 해석하면서, "다윗이 말한 그 주는 다윗이 창조주 하나님을 보았기 때문에 주라 불렀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 시편은 단순히 한 왕에 대한 시가 아니라,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예표이며, 왕과 제사장, 그리고 선지자 역할을 모두 통합한 그리스도를 예언하는 시입니다.

 

칼빈 역시 시편 110편 주석에서 이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의 중보자적 권위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모든 원수 위에 세우시고, 그를 통하여 교회를 다스리신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인용은, 메시아가 인간의 기준을 넘는 존재이며, 성육신 이전부터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존재한 분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정체성이 단지 역사적 인물로서의 메시아가 아니라, 영원 전부터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밝히는 결정적인 구절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다윗의 주로서의 권위

예수님께서 이 질문을 던지신 시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앞에서는 서기관들과 사두개인들이 예수님께 논쟁을 걸며 권위를 부정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예수님께서 반대로 질문하심으로, 메시아의 정체성과 당신 자신의 권위를 분명히 드러내십니다.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하였은즉 어찌 그의 자손이 되겠느냐?” 이 질문은 단순한 논리적 역설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바로 다윗의 주이자,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선언하십니다.

 

이 말씀은 구속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으로 오셔서 율법 아래 태어나셨지만(갈 4:4), 동시에 만왕의 왕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완성하신 분입니다. 신약 전체는 이 긴장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이자 하나님, 종이자 주, 십자가에서 죽으신 분이자 부활하신 왕이십니다.

 

이러한 구속사적 긴장은 우리의 신앙에 매우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단지 도덕적 교사나 이상적인 인간이 아닙니다. 그분은 영원한 하나님이시며, 모든 권세와 권위를 가지신 구속자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다윗의 주로 선포되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분 앞에 겸손히 엎드리게 만들며, 동시에 그분의 말씀 앞에 절대적 순종을 요구하시는 초청입니다.

 

이 장면의 마지막에서 마가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듣더라”고 기록합니다. 이는 단순한 흥미가 아니라, 그분의 말씀 안에서 참된 권위를 발견한 자들의 반응입니다. 예수님의 질문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념을 넘어서는 메시아의 모습을 제시하며, 새로운 신앙의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전체 결론

마가복음 12:35-37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의 본질을 스스로 밝히신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그리스도는 단순히 다윗의 자손이 아니라, 다윗이 주라 부른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신성과 왕권을 드러내며, 구속사의 중심이 누구인지 분명히 선언합니다. 예수님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영원한 주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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