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가증한 것과 산으로 도망하라는 명령(마가복음 13:14)
마가복음 13장은 종말의 징조와 재림의 때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본문입니다. 그 중심에서 14절은 전환점 역할을 합니다. “멸망의 가증한 것이 서지 못할 곳에 선 것을 보거든 (읽는 자는 깨달을진저) 그때에 유대에 있는 자들은 산으로 도망할지어다.” 이 구절은 단순한 도피 명령이 아니라, 구속사 전체의 관점에서 하나님의 심판과 보호, 그리고 구원의 진행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말씀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 명령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종말적 심판 가운데에서 어떻게 깨어 있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치십니다.
멸망의 가증한 것: 역사와 상징이 겹쳐진 계시
‘멸망의 가증한 것’이라는 표현은 다니엘서 9장, 11장, 12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종말적 상징입니다. 다니엘은 장차 거룩한 곳, 곧 성소가 모독당하고, 하나님의 예배가 더럽혀질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언했습니다. 실제로 기원전 167년경, 셀류시드 왕조의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4세는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신의 제단을 세우고 돼지를 제물로 바치는 가증한 행위를 했습니다. 이는 유대인들의 종교적 충격이었고, 훗날 마카비 혁명을 일으킨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과거의 사건을 상기시키면서도, 그것이 장차 다시 일어날 사건을 예표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시대 이후 약 40년 뒤인 AD 70년, 로마 장군 티투스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완전히 파괴됩니다. 로마 군대가 성소에 들어서고, 성전 예배가 중단된 이 사건은 유대인들에게 있어 또 다른 ‘멸망의 가증한 것’의 현실적 성취였습니다.
그렇기에 이 구절은 역사적으로는 성전 파괴의 예언이며,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었던 성전이 더 이상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 시대 전환의 표지입니다. 구속사적으로 볼 때, 이는 옛 언약의 상징이었던 성전이 무너지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언약, 곧 참된 성전이 세워지는 과정입니다. 성전의 종말은 단지 건물의 붕괴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이 새롭게 정의되는 계기입니다.
예수님은 이 전환의 시점을 ‘읽는 자는 깨달을진저’라고 강조하십니다. 이는 단순히 문자적 사건을 넘어, 하나님의 뜻과 시대의 흐름을 영적으로 분별할 것을 요구하시는 말씀입니다. 교부 이레니우스는 이 구절을 두고 “역사는 반복되나, 그 의미는 점점 더 명확하게 하나님의 구원을 향해 집중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산으로 도망하라: 도피인가, 믿음의 결단인가
예수님은 이어서 “그때에 유대에 있는 자들은 산으로 도망할지어다”고 명령하십니다. 이 명령은 매우 구체적이며, 그 당시 예루살렘 성전 중심 신앙 체계 안에 있던 자들에게 실질적인 생존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초대 교회는 AD 70년 성전 파괴 전후로 ‘펠라’라는 요단강 동쪽 산악 지역으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문자 그대로 순종했고, 그로 인해 로마군의 참혹한 학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명령은 단순한 물리적 피신을 넘는 영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산으로 도망하라’는 말은 시편과 예언서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로, 하나님께 피신하는 행위를 상징합니다. 시편 11편 1절은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너희가 내 영혼더러 산으로 도망하라 함은 어찜인가”라고 노래합니다. 즉, 산은 단순히 높은 지형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을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예수님의 명령은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때, 백성은 자기 고정된 자리에서 떠나 하나님의 처소, 하나님의 방법,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쪽으로 결단해야 한다는 영적 명령입니다. 이 말은 종말의 시간뿐 아니라 오늘 우리 삶의 위기 앞에서도 유효합니다. 물질적 기반, 종교적 형식, 세속적 안정감이 무너질 때, 하나님께로 ‘도망가는’ 결단을 할 수 있는가가 신자의 진짜 신앙을 드러내는 기준입니다.
개혁자 칼빈은 이 본문을 주석하며, “산으로 도망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단지 무서운 미래를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으로 자신을 피신시키라는 영적 호소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위기에서 도망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피난처 되신 하나님께로 향하는 자들입니다.
시대적 환란과 그리스도의 통치
마가복음 13장은 점점 더 환란의 강도를 묘사하며,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의 날이 가까이 왔음을 강조합니다. 14절의 전환 이후로 본문은 전 세계적 혼란과 박해, 배교의 증가를 언급합니다. 이는 단지 예루살렘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되는 가운데 진행될 보편적 구속사의 완성을 암시합니다.
‘멸망의 가증한 것’은 단지 과거 역사나 먼 미래의 종말적 징조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에도 하나님 자리에 다른 것을 세우는 모든 시도들 속에서 반복됩니다. 우상, 권력, 인간 중심의 종교, 이념—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할 때, 그것은 다시금 ‘멸망의 가증한 것’이 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다시금 말씀하십니다. "도망하라, 그리고 나에게로 오라."
그러므로 ‘산으로 도망하라’는 명령은 오늘날에도 깊은 영적 적용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어떤 신뢰의 기반 위에 서 있는가? 무엇이 무너지면 우리는 무너지는가? 우리 시대의 성전은 무엇이며, 그것이 무너질 때 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음성을 다시 들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때, 남는 자는 피신한 자, 곧 하나님께로 향한 자입니다.
성경은 반복해서 말합니다.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성전이 무너져도, 세상이 흔들려도, 그 이름을 붙들고 산으로 도망가는 자는 하나님의 날개 아래 보호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산 위에서 우리는 다시금 참된 예배를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전체 결론
마가복음 13:14은 단순한 도피 명령이 아니라, 구속사의 전환점에서 하나님의 백성에게 요구되는 영적 결단을 상징합니다. ‘멸망의 가증한 것’은 거룩을 모독하는 세속의 표지이며, ‘산으로 도망하라’는 명령은 하나님께 피하는 믿음의 삶을 요구하는 부르심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심판의 시대에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께로 달려가는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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