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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행전

부활에서 오순절까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by 파피루스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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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떼실 때 눈이 밝아져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활의 아침은 고요했습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허공의 정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숨결이 움트는 여명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말씀은 누가복음 24장 31절과 32절입니다. "그들의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예수는 그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는지라 그들이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 이 말씀은 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과 부활하신 주님 사이에 있었던 신비로운 만남을 전하고 있습니다.

엠마오의 길은 절망의 길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의 충격과 좌절, 십자가 위에서 흘러내린 마지막 숨결의 잔상이 아직도 그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붙잡고 있었던 그 길. 그러나 바로 그 길 위에 주님이 동행하십니다. 주님은 침묵하지 않으시고, 질문하시며, 말씀하시고, 떡을 떼십니다. 그리고 그 떡을 떼실 때, 그들의 눈이 밝아집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주님의 현존을 다시 인식하는 눈의 회복, 마음의 각성과 성령의 불길로 이어지는 오순절의 여정까지 함께 걸어가고자 합니다.

닫힌 눈과 열린 동행(누가복음 24:16)

그들은 주님과 함께 걸었지만,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누가복음 24:16). 왜 눈이 가려졌을까요? 우리는 때로 너무 큰 상실과 충격 앞에서 보는 것을 멈춥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눈도 감깁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서의 비극을 마음에 품고 있었고, 그 마음이 눈을 덮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의 눈이 어두운 때가 있습니다. 주님이 곁에 계시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우리를 정죄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와 함께 길을 걸으시고, 말씀하시고, 기다리십니다.

이 동행은 주님의 배려이자, 회복의 시작입니다. 믿음은 갑작스런 계시가 아니라, 인격적인 동행 속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빛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성경을 풀어주시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십니다. 닫힌 눈은 그렇게 말씀의 빛 아래에서 천천히 풀립니다.

마음이 뜨거워지다(누가복음 24:32)

그들은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어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누가복음 24:32) 이 '뜨거움'은 단지 감정의 고조가 아닙니다. 그것은 영혼의 심연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입니다. 말씀은 불입니다. 성령은 그 말씀에 불을 붙이시는 하나님의 손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해석으로 바꾸고, 무너진 믿음을 새롭게 일으키는 도화선이 됩니다.

이 뜨거움은 바로 오순절의 예고편입니다. 아직은 다락방이 아니지만, 엠마오의 길 위에서 성령의 숨결이 스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안에도 이 뜨거움이 필요합니다. 냉랭한 논리와 이성으로는 복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불타는 말씀을 통해 심령이 깨어날 때 비로소 감각되는 진리입니다.

떡을 떼실 때 눈이 밝아져(누가복음 24:31)

눈이 밝아진 순간은 떡을 떼실 때였습니다(누가복음 24:31). 이 장면은 단순한 식사의 일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성찬의 은총이며, 주님의 몸을 인식하는 성스러운 순간입니다. 말씀으로 마음이 준비되었을 때, 떡을 떼는 그 행위를 통해 주님의 존재가 실체로 다가옵니다. 예수님은 사라지셨지만, 그 자리는 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님의 임재는 더 깊이 새겨졌습니다. 눈이 열리자 그분은 눈앞에서 사라지셨지만, 그 사라짐은 떠남이 아닌 내면의 내주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역설입니다. 눈앞에 계시지 않아도, 우리는 믿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떡을 떼실 때, 성도는 보게 됩니다. 진정한 신앙은 물리적 현존보다 영적 실재에 기반을 둡니다. 우리도 떡을 뗄 때, 말씀을 묵상할 때, 기도 중에 주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이 밝아집니다.

오순절의 문을 여는 엠마오의 길(사도행전 2:1)

엠마오의 길은 부활의 여명을 걷는 순례길이자, 오순절을 향한 준비의 길입니다. 마음이 뜨거워진 이들은 즉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다락방은 그렇게 모여든 자들의 고백과 간절함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엠마오에서의 말씀과 떡은 오순절의 성령으로 연결되는 징검다리였습니다. 부활의 주님을 체험한 자들이 모일 때, 성령의 불은 더욱 진하게 임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모두 엠마오의 길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때로는 낙심 속에서, 때로는 희미한 눈으로 걷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동행하시고, 말씀하시며, 떡을 떼십니다. 그 여정의 끝에는 오순절의 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 마음을 다시 뜨겁게 하시며, 우리의 눈을 다시 밝히십니다.

마무리

오늘 우리는 다시금 이 말씀 앞에 서서 묻습니다.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그 뜨거움은 단지 과거의 체험이 아니라, 오늘도 유효한 성령의 역사입니다. 눈이 감긴 자에게는 말씀을, 냉랭한 마음에게는 떡을, 방황하는 영혼에게는 동행을 주시는 주님. 그분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눈이 어두워진 자리에서 주님을 찾으십시오. 마음이 식은 자리에서 말씀을 들으십시오. 그리고 떡을 떼는 그 순간, 주님의 실재 앞에서 눈이 밝아지시기를 축복합니다. 부활의 주님은 오순절의 불길 속으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그 불길 안에서 다시 태어나고, 다시 살아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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