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랴 바닷가에서 만난 주님과 부활의 증거
요한복음 21장 1절부터 14절까지의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리 디베랴 바닷가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고자 했습니다. 밤새도록 물고기를 잡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새어갈 무렵,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셔서 다시금 부르시고, 말씀에 순종하게 하시며, 풍성한 고기를 얻게 하셨습니다. 또한 주님은 제자들을 위해 숯불을 피워 아침 식사를 준비하셨고, 직접 빵과 생선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이 장면은 부활의 증인된 삶이 어떻게 회복되고, 주님의 부르심 속에서 다시 정립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실패의 밤, 공허한 시도, 그리고 그 위에 나타나신 주님의 은혜는 제자들의 삶을 다시금 사명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본문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부활이 삶의 모든 영역에 실질적인 변화와 소망을 주며, 우리 각자를 부활의 증인으로 다시금 부르신다는 사실을 함께 깊이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생업으로 돌아간 제자들, 실패와 공허함을 마주하다
“그 후에 예수께서 디베랴 바닷가에서 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셨으니 나타내신 일은 이러하니라” (요 21:1)
부활하신 예수님을 몇 차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여전히 혼란과 두려움 속에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고 말하고, 다른 제자들도 그를 따라 나섭니다. 그들은 본래 어부였기에 자연스럽게 본업으로 돌아갔고, 이전처럼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은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허탈한 새벽을 맞이합니다. 이 장면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그들의 수고는 헛되었고, 그들의 노력은 공허한 열매로 끝이 났습니다. 이는 예수님 없이 자신만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시도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신앙의 고백을 하면서도 삶의 문제 앞에서 과거의 방식과 세상의 논리에 기대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종종 실패와 낙심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때로 주님의 부활을 믿으면서도, 여전히 이전의 삶으로 후퇴하며 ‘디베랴의 밤’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그 실패의 밤이 끝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주님의 은혜가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날이 밝아올 무렵, 한 분이 해변에 서 계십니다. 제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분은 다정하게 물으십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이 질문은 단순히 그들의 물리적인 상태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의 공허함과 실패를 인정하게 만드는 영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실패했음을 아십니다. 그리고 그 실패 위에 은혜를 심기 위해 다가오십니다.
말씀에 순종할 때, 실패는 기적으로 바뀝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하시니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 (요 21:6)
예수님의 명령은 간단했습니다.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어부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비논리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명령이었지만, 제자들은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물은 가득 찼고, 물고기는 너무 많아 그물을 끌어올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진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의 경험이나 능력이 아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누가복음 5장에서 예수님께서 처음 베드로를 부르셨던 장면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때도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했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자 고기를 많이 잡게 되었고, 베드로는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리며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했습니다. 오늘 요한복음 21장의 장면 역시, 주님께서 제자들을 다시 처음으로 부르시는 순간입니다. 그들은 실패를 통해 다시 주님을 만나고, 그 부르심 앞에 순종함으로써 놀라운 열매를 경험합니다.
베드로는 ‘주님이시다’라는 요한의 말에 즉시 반응하여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그의 행동은 감격과 회개의 표현이었으며, 주님을 향한 간절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순종은 단순히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중심에서 우러나는 믿음의 응답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실패는 축복으로 바뀌며, 공허함은 충만함으로 채워집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방향을 정합니다. 배의 어느 쪽에 그물을 던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말씀하셨느냐입니다. 제자들은 배 오른편이라는 구체적인 지시에 순종했고, 그것은 엄청난 열매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우리의 삶의 배에서 어디에 그물을 던져야 할지를 날마다 묻고 순종할 때, 주님께서 채워주시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침을 준비하신 주님, 회복의 식탁으로 초대하시다
“예수께서 숯불을 피우시고 그 위에 생선과 떡이 놓였더라” (요 21:9)
해변에 도착한 제자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주님께서 숯불을 피워 생선과 떡을 구워 놓고 계셨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식사를 준비하셨다는 사실은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인 식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회복과 위로의 식탁이며, 공동체의 회복과 사명의 재확인을 상징하는 자리입니다.
숯불이라는 단어는 베드로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자리에서 바로 이 숯불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숯불 앞에서 다시 주님을 만나고, 다시금 사명을 회복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정죄하지 않으시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시며 조용히 아침을 나누십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깊은 상처와 실패의 기억까지도 새롭게 하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다가오십니다. 고기를 좀 가져오라는 말씀은 제자들의 수고를 인정해주시는 주님의 따뜻한 배려입니다. 우리의 작은 헌신도, 주님은 귀하게 여기십니다.
식탁은 교제의 장소입니다.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다시금 그들을 공동체로 묶어주시고, 부활 이후의 새로운 사명을 재확인시켜 주십니다. 우리는 이 식탁에서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며, 다시 믿음의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마무리
요한복음 21:1–14의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삶 속에 깊이 개입하시고, 실패와 낙심 가운데 있는 이들을 회복시키시는 장면입니다. 제자들은 밤새 수고했으나 얻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에 순종했을 때, 충만한 열매를 얻었고, 그 열매는 단지 물고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르심과 회복의 은혜로 이어졌습니다. 주님은 숯불을 피워 아침을 준비하시며, 다시금 제자들을 초대하셨습니다. 이 초대는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유효합니다. 삶의 무게에 눌리고 낙심 속에 있는 우리에게, 주님은 다가오셔서 묻습니다. “얘들아, 고기가 있느냐?”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식탁을 준비하십니다. 그 식탁은 은혜의 자리이며, 회복의 자리이며, 새로운 사명을 재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에 응답하여, 다시금 믿음의 그물을 던지며,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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