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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에스더 3:7 - 3:15 하만이 유대인을 멸하려 하다

by 파피루스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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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뽑혔으나 섭리는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에스더서 3:7-15은 인간의 교만과 어둠의 계략이 어떻게 구체화되어가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하만은 제비를 뽑아 유다인을 진멸할 날짜를 정하고, 왕의 이름으로 조서를 보내 그 계획을 전국적으로 퍼뜨립니다. 겉으로 보기엔 악이 승리하는 듯하고,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전개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와 주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시편을 묵상하듯이, 오늘 이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바라보며 우리 삶 속의 위기 가운데서도 신앙으로 반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하나님은 비록 당신의 이름이 이 책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역사 한가운데서 당신의 백성을 지키고 인도하고 계십니다.

 

제비 뽑기 속에도 숨겨진 주권

본문은 유다인을 진멸할 날짜를 정하기 위하여 하만이 제비를 뽑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아달월 곧 십이월 곧 제십이월에 제비를 뽑아"(3:7)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여기서 '제비'는 히브리어로 "פּוּר"(푸르)입니다. 이는 에스더서에서 '부림절'의 어원이 되는 단어이며, 당시 고대 근동 사회에서는 신들의 뜻을 묻기 위해 사용되던 결정 방식이었습니다.

 

하만은 철저히 이방의 방식으로 일정을 정했지만, 하나님은 그 제비조차도 당신의 계획 안에서 작동하게 하십니다. 잠언 16:33은 "사람은 제비를 뽑으나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고 선언합니다. 하만이 제비를 뽑아 선택한 날은 아달월, 즉 거의 1년 후였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구원의 준비를 할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인간의 계략과 악의 결단이 아무리 치밀해도, 하나님의 시간표는 더 크고 더 깊으며, 결국 당신의 뜻을 이루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때로는 인간의 도구를 통해, 심지어 악인의 손을 통해서도 당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하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신적 운명을 제비를 통해 끌어내리려 했지만, 그 순간에도 하나님의 손은 모든 것을 붙들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은 인간의 제비보다 더 정확하고, 인간의 계획보다 더 정교합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위기 앞에서 제비처럼 불확실해 보이는 현실에 좌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제비가 뽑히는 곳에도 하나님의 섭리는 여전히 살아있으며, 세상이 정한 시간표조차도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움직입니다. 하만의 제비는 유다인에게 재앙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펼쳐지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신앙이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신뢰하며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조작된 정보와 권력의 오용

하만은 제비를 뽑은 뒤, 아하수에로 왕에게 유다인에 대한 거짓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는 "이 백성이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그냥 두어도 아니 되나이다"(3:8)라며 유다인을 제국에 해가 되는 집단으로 묘사합니다. 하만은 민족의 정체성을 공격하며, 신앙적 원칙에 따라 살고자 하는 유다인의 삶을 제국 질서의 위협으로 포장합니다. 이는 언제나 악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전략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언제나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에 미움을 받습니다.

 

하만은 왕에게 1만 달란트의 은을 바치겠다고 제안합니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당시 페르시아 제국 전체 연간 수입에 가까운 액수였습니다. 그만큼 그는 유다인 학살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경제적 압력으로 덮어씌우고, 정치적 대가로 포장합니다. 왕은 하만의 말만 듣고 사실을 조사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고 조서 발행을 승인합니다. 하만은 왕의 인장(히브리어 "טַבַּעַת", 타바앗)을 받아 조서를 전국에 보냅니다. 왕의 인장이 찍힌 문서는 페르시아 법에 따라 취소가 불가능합니다(에스더 8:8).

 

이처럼 하만은 권력을 이용하여 전체 국가적 차원의 학살 계획을 합법화시킵니다.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감정적 복수가 아닌, 정치 권력과 종교적 증오, 경제적 탐욕이 결합된 종합적인 악의 계획입니다. 그는 유다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그들을 국가의 '암적 존재'로 설정하고 말살하려 합니다.

 

이 장면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통찰을 줍니다. 왜곡된 정보가 결정을 좌우하고, 권력이 진실보다는 이익과 관계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실을 우리는 종종 경험합니다. 정치적 언어와 행정력은 때로 진실을 가리고, 약자를 압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신자는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은 악이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에도, 오히려 더 강력한 구원의 계획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진리가 무시되는 시대 속에서 더욱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기도의 자리에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믿음의 눈으로 역사와 현실을 해석하며 살아야 합니다.

 

전국에 퍼지는 조서와 어둠의 전개

왕의 조서는 전국에 발송됩니다. 본문은 조서가 "왕의 각 지방에 보내어 모든 백성에게 이르렀으니 곧 유다인을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여인들을 망하게 하고 죽이고 진멸하되"(3:13)라고 기록합니다. 이는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완전한 절멸을 뜻합니다. 히브리어로 '진멸'은 "שָׁמַד"(샤마드)로, 뿌리째 없앤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구약에서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때 사용되던 단어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공격에 사용되고 있는 아이러니가 드러납니다.

 

또한 유다인의 재산도 탈취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는 단순한 증오가 아니라, 탐욕과 권력욕이 얽힌 악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학살 계획은 단순한 감정적 보복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계산된 정치적 살해 행위입니다. 이것은 20세기 나치의 유대인 학살, 혹은 다른 인종 학살의 초기 단계를 떠올리게 할 만큼 구조화된 폭력입니다.

 

조서는 수산성에도 반포됩니다. 성경은 이 시점에서 중요한 묘사를 합니다. "왕은 하만과 함께 앉아 마시되 수산 성은 어지럽더라"(3:15). 이 장면은 본문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대조를 이룹니다. 왕과 하만은 평안히 포도주를 마시고 있지만, 수도는 혼란 속에 빠집니다. 백성은 이 조서를 통해 무언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감지했으며, 불안과 공포가 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의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조차 모른 채,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은 다릅니다. 하나님은 수산의 어지러움을 보시고, 고통받는 자들의 신음을 들으시며, 결코 침묵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낮은 자들의 편에서 역사하시며, 세상의 잔혹한 침묵 속에서도 구원의 계획을 예비하십니다. 침묵하시는 하나님이라 느껴질지라도, 그분은 준비하시고 계십니다. 구속사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사회와 세상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무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의는 무너지고, 거짓이 힘을 얻으며, 약자들은 짓밟히는 세상.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안에서 살아 역사하며,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는 음성이 심령을 붙듭니다. 하나님은 하만의 음모 한가운데서도, 자신의 백성을 잊지 않으십니다. 그 어떤 권력도 하나님의 뜻을 꺾을 수 없습니다.

 

마무리

에스더서 3:7-15은 하만이라는 악한 도구를 통해 사탄이 하나님의 백성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제비가 뽑히고, 조서가 퍼지고, 유다인의 생명이 하루아침에 위태로워졌지만, 그 모든 계획은 하나님의 통제 밖에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하만이 계획한 그 날짜와 사건들을 통해 당신의 뜻을 더 크게, 더 명확하게 이루어 가십니다. 제비는 뽑혔지만, 그 결과는 하나님의 손에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불의한 현실, 어둠의 압박 속에서도 하나님의 시간표를 신뢰하고, 믿음으로 견디며 그분의 섭리에 참여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십니다. 악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그보다 크신 하나님께서 여전히 살아 계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의 뜻에 반응하며, 충성과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침묵 속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을 신뢰하며, 구원의 날을 소망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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