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성경

에스더 2:1 - 2:18 에스더 왕후가 되다

by 파피루스 2025. 4. 26.
반응형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세워지는 자리

에스더서 2:1-18은 와스디 왕후의 폐위 이후, 새로운 왕후를 찾기 위한 페르시아 궁정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인간의 욕망과 세속적 절차가 주도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님의 섭리와 구속사의 계획이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은 본문에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사건의 전개와 모든 선택, 만남, 결정 속에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정교하게 역사하고 있습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는 우리는 세상의 겉모습 너머, 역사 가운데 끊임없이 일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야 하며, 그 뜻에 민감하게 순종하는 삶을 배워야 합니다. 특히 이 본문은 우리에게, 세속적 가치가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성취되어 간다는 확신을 심어줍니다.

세상의 기준과 하나님의 경륜

아하수에로 왕은 시간이 흐른 뒤 와스디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슬퍼하게 됩니다(2:1). 이는 권력을 지닌 자라 할지라도 인간적 외로움과 허전함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이에 신하들은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을 모아 새 왕후를 세우자는 제안을 올립니다. 여기서 '젊고 아름다운'(히브리어 "יָפֶה", 야페)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눈에 띄는 매력과 인간적 기대를 함축합니다.

왕은 이 제안을 수락하고, 각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들을 궁중 하렘으로 모아 하렘 책임자 헤개에게 맡깁니다. 세상은 언제나 외모, 능력, 배경이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선발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의 이러한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세상의 기준조차도 자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겉으로는 인간의 욕망이 주도하는 듯 보이나, 그 이면에서는 하나님께서 구속사를 조용히 끌어가고 계십니다.

오늘날 우리도 종종 세상의 평가와 기준 속에서 낙심하거나 열등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상 16:7이 선포하듯, 하나님은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십니다. 사람의 선택과 세상의 흐름 속에서도 하나님의 계획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세상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자리에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에스더의 준비와 하나님의 은혜

에스더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모르드개의 사촌이며,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란 인물입니다. '에스더'는 페르시아식 이름으로 '별'을 의미하며, 그녀의 히브리식 이름 '하다사'(הֲדַסָּה)는 '화목나무'를 뜻합니다. 이는 에스더가 고난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와 품위를 간직한 존재임을 암시합니다.

에스더는 뛰어난 외모뿐 아니라, 단아하고 지혜로운 품성으로 하렘 책임자 헤개의 특별한 호의를 얻게 됩니다(2:9). 여기서 사용된 "חֵסֶד"(헤세드)는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신적 은총과 인애를 뜻합니다. 에스더에게 부어진 이 은혜는 인간적 매력 이상의 것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숨은 섭리를 드러냅니다.

모르드개의 지시에 따라 에스더는 자신의 민족과 가족 배경을 밝히지 않습니다(2:10). 이는 그녀가 얼마나 신중하고 지혜로운지 보여줍니다. 무모한 과시가 아니라,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겸손한 절제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에스더는 하렘에서 12개월 동안 미용과 정결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당시 페르시아 관습에 따라 신부 후보들이 준비하는 시간이었으며, 단순한 외적 치장이 아니라 왕실 예법에 대한 철저한 순응을 요구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스더는 이 기간 동안에도 인간적 방법으로 자신을 과장하거나 특별히 돋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헤개가 주는 것 외에는 구하지 않았다"(2:15)는 기록은 그녀가 인간적 수단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신뢰했다는 증거입니다.

오늘 우리도 세상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거나 스스로를 부풀리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자신의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자신을 맡겨야 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적 꾸밈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는 겸손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하나님의 선택과 사람들의 눈에 드러남

마침내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 앞에 나아가는 순간이 옵니다. 에스더는 다른 어떤 여인들보다 왕의 마음에 들어, 특별한 사랑을 받습니다(2:17). 히브리어 "אָהַב"(아하브)는 단순한 감정적 사랑이 아니라, 선택하고 기뻐하는 깊은 애정과 기쁨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왕은 에스더를 왕후로 삼고, 이를 기념하는 '에스더를 위한 잔치'를 베풉니다(2:18). 이는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준비된 사건입니다.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에스더는 단순한 왕비가 아니라, 민족을 구원할 구속사의 도구로 세워진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왜 이런 과정을 겪는지 알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는 때로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여 역사합니다. 에스더가 그랬듯이, 우리 역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주어진 자리에서 신실하게 서 있을 때,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그의 계획을 이루십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하나님은 약하고 미련한 자를 택하여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며(고린도전서 1:27), 세상의 기준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십니다. 에스더의 등극은 인간적 조건을 넘어, 하나님의 절대적 선택의 결과임을 우리는 믿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마무리

에스더서 2:1-18은 세상의 기준과 인간적 욕망이 지배하는 듯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가 여전히 살아 있고 강력하게 역사하고 있음을 증언합니다. 세상은 외모와 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고, 고난 속에서도 믿음과 순결을 지킨 자를 들어 당신의 구속사를 이루십니다. 에스더의 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였습니다.

우리 인생의 여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시간과 과정, 때로는 억울하고 힘든 자리마저도 하나님의 크신 계획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환경이나 세상의 평가에 매이지 말고, 하나님의 신실하신 인도하심을 신뢰해야 합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신앙을 지키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삶, 그것이 참된 믿음의 길입니다.

오늘도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을 신뢰하며, 그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