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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에스더 6:1 - 6:13 그 밤에 왕이 잠이 오지 아니하므로

by 파피루스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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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기억 속에 있는 의인의 영광

에스더서 6:1-13은 인간의 계획과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만은 모르드개를 처형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하나님께서 왕의 마음을 흔드셔서 모르드개를 높이는 놀라운 반전을 일으키십니다. 이 본문은 하나님의 기억과 은혜가 인간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역전시키는지를 보여주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신실한 믿음과 소망을 가지라고 교훈합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이 역사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합니다.

 

하나님의 잠들지 않는 기억

6장은 "그 밤에 왕이 잠이 오지 아니하므로"(6:1)라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잠이 오지 않다'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נָדַד"(나다드)로, 억지로 잠을 쫓아내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는 단순한 불면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로 인한 의도적 각성임을 암시합니다. 왕의 불면은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의 신호입니다.

왕은 잠을 이루지 못하여 역대 일기를 읽게 합니다. 이 요청 역시 우연처럼 보이나, 사실은 하나님이 조용히 인도하신 사건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은(잠언 21:1) 왕의 생각을 돌이키시고, 오래전에 기록된 모르드개의 충성을 다시 기억하게 하십니다. 모르드개가 왕을 암살하려던 음모를 고발했으나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하나님의 섭리는 가속도를 얻습니다.

모르드개의 충성은 한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지만, 하나님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선명히 살아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때때로 수고와 헌신이 사람들에게 잊히거나 무시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신실한 자를 잊지 않으십니다(히브리서 6:10). 하나님의 기록은 사람의 기록과 달라서, 가장 작은 헌신까지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때가 오면, 숨겨진 충성은 반드시 드러나며 상급을 받게 됩니다.

 

교만한 자를 꺾으시는 하나님

왕은 궁중에 누가 있는지를 물었고, 때마침 하만이 왕에게 모르드개를 죽이겠다는 요청을 하려고 들어온 것을 알게 됩니다(6:4-5). '때마침'이라는 이 놀라운 일치는 하나님의 절묘한 시간 조율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언제나 정확하며, 인간의 오만한 계획을 좌절시키기에 완벽합니다.

왕은 하만에게 묻습니다. "왕이 존귀히 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6:6). 하만은 그 질문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 착각하고, 왕의 옷을 입히고 왕의 말을 태우고 왕의 관을 씌우는 영광을 제안합니다. '존귀히 하다'는 히브리어 "יָקַר"(야카르)는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특별한 영예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왕은 그 모든 영광을 모르드개에게 행하라고 명합니다. 하만은 자기가 받을 줄 알았던 영광을 원수에게 돌려줘야 하는 굴욕을 겪게 됩니다. 모르드개를 높이는 행렬을 직접 이끌며 외쳐야 했던 하만의 모습은, 인간의 교만이 하나님의 손에 의해 얼마나 철저히 부서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원칙은 언제나 같습니다. 스스로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스스로 낮추는 자는 높아집니다(마태복음 23:12).

오늘 우리 삶 속에서도 이러한 하나님의 정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눈앞에 악인이 득세하는 것 같아도, 하나님의 시간은 결코 늦지 않으며, 끝내 하나님의 공의가 이루어질 것을 우리는 확신해야 합니다.

 

하만의 몰락의 시작

모르드개를 높이는 임무를 마친 하만은 근심하며 얼굴을 가린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6:12). '근심하다'는 히브리어 "אָבַל"(아발)은 깊은 애통과 슬픔을 의미하는데, 이는 단순한 일시적 불쾌감을 넘어 존재 전체를 흔드는 절망을 나타냅니다. 하만은 이미 자신의 몰락을 직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만의 아내 세레스와 친구들은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네가 모르드개 앞에서 시작할 때 넘어졌으니 필경은 이기지 못하리라"(6:13). 이는 인간적 통찰 이상의 것이며, 하나님께서 이미 하만의 패배를 선언하신 것과 같습니다. 교만한 자는 결코 승리할 수 없으며,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스스로 무너질 뿐입니다.

하만의 몰락은 단순한 정치적 실패가 아니라 영적 실패입니다. 그는 자신의 힘과 지혜로 세상을 지배하려 했지만, 하나님의 손 안에서 모든 계획이 헛수고가 되었음을 경험합니다. 오늘날에도 교만한 자는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하나님의 섭리 앞에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신자는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절망하거나 분노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있으며, 의인은 그 인내와 신실함으로 결국 영광에 이르게 됩니다. 모르드개처럼 말없이 충성하는 삶이야말로, 하나님 앞에 존귀한 삶입니다.

 

마무리

에스더서 6:1-13은 하나님의 은혜로운 기억과 인간의 교만한 계획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모르드개는 인간적으로는 잊힌 자 같았지만, 하나님께서 기억하시고 높이셨습니다. 하만은 인간적 교만으로 영광을 기대했으나, 도리어 수치와 몰락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결코 지연되지 않으며, 신실한 자를 반드시 기억하시고 높이십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의 기억 속에 있는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사람의 인정이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의 기록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공의와 은혜를 신뢰해야 합니다. 때로는 긴 기다림과 억울함 속에서도, 모르드개처럼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믿음의 인내를 배워야 합니다.

악이 번성하고 정의가 늦어 보이는 시대일수록, 신자는 더욱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붙들고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자로, 결국 하나님의 높이심을 경험하는 자로, 믿음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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