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회개의 사이에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다
역대상 21:1-17은 다윗이 인구 조사를 시행한 사건과 그로 인한 하나님의 징벌, 그리고 다윗의 회개와 중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본문은 신앙인의 삶에서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인간의 수를 의지하는 교만이 어떻게 죄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하나님은 회개하는 자에게 긍휼을 베푸시며, 백성을 위해 기도하는 지도자의 간구를 들으십니다. 구속사적으로 이 사건은 중보자의 필요성을 드러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질 참된 속죄의 그림자를 제공합니다. 성도는 다윗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윗의 회개에서 소망을 발견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를 회복해야 합니다.
사탄의 충동과 인간의 선택 (21:1-6)
1절은 매우 놀랍게 시작합니다. "사탄이 일어나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다윗을 충동하여 이스라엘을 계수하게 하니라." 여기서 "사탄"(히브리어: שָׂטָן, satan)은 대적자, 고발자라는 뜻을 가지며, 하나님 백성의 신뢰를 흔들고 공동체에 시험을 가져오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역대기에서는 이 사탄이 다윗의 마음을 충동질해 인구 조사를 하게 했다고 명시합니다.
인구 조사는 표면적으로는 국가 안정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 병력과 숫자를 의지하려는 교만이 자리합니다. 요압은 이 사실을 간파하고 다윗에게 충고합니다(3절).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백 배나 더하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어찌하여 왕께서 범죄하게 하시나이까." 요압은 완전한 신앙인은 아니었지만, 이때는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 말을 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듣지 않았고, 결국 전국적으로 인구 조사가 실행됩니다. 유다 지파는 요압이 끝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기록되며, 이는 이 행위가 하나님의 뜻에 철저히 어긋났음을 보여줍니다. 죄는 단지 사탄의 충동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완고함에서 비롯됩니다.
오늘 우리 역시 보이는 숫자와 수치를 신뢰하고, 하나님의 약속보다 데이터에 안정을 두려는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그러나 신앙은 통계가 아니라 언약 위에 서야 합니다. 다윗의 선택은 우리에게 신앙적 경계심을 일깨워 줍니다.
죄에 대한 자각과 하나님의 징벌 (21:7-13)
7절은 하나님의 반응을 단호하게 보여줍니다. "하나님이 이 일을 악하게 여기사 이스라엘을 치시매." 다윗의 죄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신뢰하지 않는 악한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이로 인해 하나님은 징벌을 시작하시며, 다윗은 비로소 죄를 깨닫고 고백합니다. 8절의 고백은 짧지만 진실합니다. "내가 이 일을 행하므로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여기서 '죄'는 히브리어 חָטָא (chata)로, ‘과녁에서 벗어나다’는 뜻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행위가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난 것임을 인정합니다.
9절부터는 선지자 갓을 통해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세 가지 징벌 중 하나를 택하게 하십니다. 이것은 단순한 벌이 아니라, 하나님과 다윗 사이의 신뢰와 책임을 묻는 행위입니다. 하나님은 죄에 대한 징계 속에서도 회개의 기회를 주십니다.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은 다윗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신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직면하도록 하신 하나님의 의로운 조치입니다.
13절에서 다윗은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는 고백을 합니다. "여호와의 손에 빠지는 것이 좋고 사람의 손에 빠지지 않기를 원하나이다." 이는 회개의 절정입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믿기 때문에, 인간의 처벌보다 하나님의 처분을 따르겠다는 다윗의 믿음이 드러납니다. 그는 비로소 자기 통제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손 아래로 자신을 맡긴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죄를 지었을 때, 그 죄의 무게는 회피하지 말고 하나님의 긍휼 아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징벌의 손에서도 긍휼을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긍휼을 구하는 기도, 지도자의 책임 (21:14-17)
하나님은 세 날 동안 전염병이라는 형태로 이스라엘을 치십니다. 14절에서 7만 명이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 전체가 다윗의 죄로 인해 하나님의 진노를 경험한 것입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공동체의 아픔과 상처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긍휼은 심판의 한가운데서도 드러납니다. 15절에서 "여호와께서 보시고 재앙 내리심을 뉘우치사"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뉘우치다'는 נָחַם (nacham)이라는 히브리어로, 인간처럼 후회한다는 뜻이 아니라, 긍휼과 마음의 전환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심판 속에서도 자비로우시며, 백성들을 극율히 여기십니다.
다윗은 그 순간 하나님의 사자를 보며 땅에 엎드려 회개합니다(16절). 그리고 그는 고백합니다. "이 양들은 무슨 일을 하였나이까?… 나와 내 아비의 집을 치소서."(17절) 이는 지도자의 중보기도입니다. 백성의 죄가 아닌 자신의 책임을 고백하며 자신에게 벌을 내리라고 간청하는 이 장면은,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속사적으로 이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적 사역을 예표합니다. 그분은 죄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위해 자기를 내어주셨고, 하나님의 진노를 막으셨습니다. 다윗의 기도는 인간 중보자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완전한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갈망을 남깁니다.
오늘날 우리도 교회와 공동체 안에서 이와 같은 기도자가 필요합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회개하고, 서로를 위해 중보하는 믿음의 자리로 나아갈 때, 하나님의 긍휼이 회복을 이끌어 가십니다.
결론: 회개는 하나님의 긍휼을 부르는 통로입니다
역대상 21:1-17은 왕의 교만에서 시작해, 공동체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지도자의 중보와 하나님의 긍휼로 마무리되는 회개의 서사입니다. 다윗은 실패했지만, 그는 회개했고, 하나님은 긍휼히 여기셨습니다. 이 본문은 우리가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신뢰의 무너짐과 그로 인한 하나님의 징계를 인정하되, 그 앞에서 다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도는 이 본문을 통해, 죄를 감추거나 정당화하지 말고, 하나님께 드러내고 회개함으로써 은혜를 입는 길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기도를 회복하여, 하나님의 긍휼이 다시 나라와 민족 위에 임하도록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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