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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역대상 29:1 - 29:19 묵상

by 파피루스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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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유산, 자발적 헌신

역대상 29:1–19은 다윗이 성전 건축을 위해 백성과 함께 드린 헌신의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임기를 마무리하며 하나님의 성전을 위하여 온 마음으로 드리고, 이스라엘 백성도 자원하여 그에 응답합니다. 이 본문은 단순한 헌금 장면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백성의 거룩한 연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구속사적 사건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자발적인 헌신이 어떻게 우리의 삶 가운데 열매 맺는지를 묵상해야 합니다.

성전은 사람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뜻입니다

다윗은 솔로몬이 아직 어리고 미숙하지만, 그가 성전을 건축할 것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본문 1절에서 "성전을 위하여 택함을 입은 자는 솔로몬이라"고 밝히며, 이 성전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요 여호와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성전"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בַּיִת"(바이트)는 단순한 집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거룩한 처소를 의미합니다. 즉, 성전 건축은 인간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경륜 안에 있는 거대한 뜻입니다.

다윗은 자신이 성전 건축을 허락받지 못했지만, 그 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다음 세대에게 사명을 이어주는 자세입니다. 다윗은 왕이지만, 순종하는 백성으로서의 자세를 갖추고 있으며, 이 겸손은 오늘날 교회 공동체에서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우리는 내가 모든 것을 성취하려 하기보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이에게 사명을 넘겨주고 그를 위해 준비하는 마음을 배워야 합니다.

자발적인 헌신은 믿음의 열매입니다

다윗은 본문 2절에서 "내 하나님을 위하여 내 힘을 다하여 성전 건축을 위하여 준비하였다"고 고백합니다. 이어서 그는 금과 은, 놋, 철, 나무, 또 마노와 채색 보석 등을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이 나열은 단순한 물질적 목록이 아닙니다. 이는 다윗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준비했다는 고백입니다. 헌신은 마음만이 아니라 손에 들린 것, 곧 삶의 전 영역에서 표현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특별히 본문 3절에서 "내 사유한 금, 은을 내 하나님의 성전을 위하여 드렸노니"라는 고백은 다윗의 헌신이 단지 국고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소유, 곧 생계와 미래의 기반까지도 하나님께 드립니다. 여기서 쓰인 "사유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סְגֻלָּה"(스굴라)는 '보배로운 소유'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즉, 다윗은 하나님께 가장 소중한 것을 기쁨으로 드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자발적인 헌신은 백성 전체로 확산됩니다. 본문 6절 이하에서 방백들과 지휘관들, 천부장들과 오백부장들, 그리고 관리들이 앞장서 자원하여 드립니다. 공동체 전체가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이 장면은 성령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놀라운 순종입니다. 이때 드린 금과 은, 물질의 양이 매우 많았지만 본문 9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증언합니다. "백성이 즐거이 드렸으니"라는 것입니다.

즐거이 드림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자의 신앙적 반응입니다. 이 기쁨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분을 위해 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쁩니다. 이 기쁨이 공동체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며 구속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냅니다.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나이다

본문의 절정은 10절부터 다윗의 기도입니다. 다윗은 백성의 자발적 헌신을 보며 기쁨과 감동 가운데 하나님께 찬양합니다. "여호와여 주는 광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승리와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11절)라는 고백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모든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다윗의 신앙 고백입니다.

11절 후반에서 "주는 만물의 주재시라"는 선언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담긴 고백입니다. 여기서 "주재"는 히브리어 "רֹאשׁ"(로쉬)로 '머리', '우두머리'를 뜻합니다. 이는 하나님이 단순히 많은 신 중 하나가 아니라, 만유를 주관하시는 주권자이심을 의미합니다.

특별히 14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와 내 백성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드릴 힘이 있었나이까 우리가 주께로부터 왔사오니 주께 드린 것이 다 주의 것이니이다." 여기서 우리는 신학적으로 중요한 원리를 발견합니다. 헌신조차도 우리의 능력이나 선한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라는 것입니다.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기에, 돌려드림이 마땅하며 그 자체가 기쁨이 됩니다.

이 기도 속에서 다윗은 자신의 인생을 다시 돌아봅니다. 15절에서 그는 우리가 이 땅에서 "낙은애와 거류민"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여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윗은 자신이 왕이었지만, 그조차도 이 땅의 임시적인 존재일 뿐임을 인정합니다. 영원한 주권은 오직 하나님께 있으며, 인간은 잠시 맡겨진 청지기로 살아갈 뿐입니다.

다윗의 기도는 솔로몬을 위한 중보로 이어집니다. 19절에서 그는 솔로몬에게 "온전한 마음을 주사 주의 계명과 법도와 율례를 지켜" 성전 건축을 완수하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이 간구는 단지 성공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언약의 완성을 향한 중보기도입니다. 성전 건축은 메시아 구속사에 있어서 중요한 모형이며, 이는 이후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전 되심을 통해 완성됩니다(요 2:19).

마무리

역대상 29:1–19은 단순한 건축 헌금 이야기가 아니라, 구속사의 흐름 가운데 하나님 백성의 자발적인 헌신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줍니다. 다윗의 겸손과 중보, 백성의 기쁨과 자발성, 그리고 모든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신앙 고백이 오늘날 우리의 예배와 삶에도 동일하게 요구됩니다. 하나님은 강요된 헌신이 아니라, 은혜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드림을 기뻐하십니다. 우리도 다윗과 같은 신앙 고백과 헌신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준비하는 자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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