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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요한계시록 1:1–8 묵상

by 파피루스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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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

요한계시록 1:1–8은 계시록 전체의 서문으로서, 이 책이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본문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절정과 완성을 바라보게 합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종들에게 알리시기를 원하시고, 이를 위해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두려움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망을 회복시키고 교회를 굳건히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충성된 증언과 다시 오실 주의 선언은 지금을 살아가는 성도에게 예배와 인내, 거룩한 삶을 요청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속히 이루어질 일들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1절)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계시’는 헬라어로 apokalypsis(ἀποκάλυψις)로, ‘가려졌던 것이 드러나는 것’, ‘열려진 비밀’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예언이 아닌, 감춰진 하늘의 뜻이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이 계시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예수께서 그의 종들에게 알리시기 위해 천사를 보내어 요한에게 전달하신 것입니다. 이 복잡한 계시의 전달 구조는 신적인 권위와 신뢰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단순한 인간의 상상이 아닌 하나님의 의지를 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문은 이 계시가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속히'(ἐν τάχει, en tachei)는 단순히 시간적 촉박함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적절하게, 신속하게 이루어질 사건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시대는 곧 이 구속사의 성취가 진행 중인 시기이며, 계시록의 말씀은 미래의 일만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적용되어야 할 실천적 계시입니다.

또한 요한은 자신이 본 것을 ‘증언’했다고 말합니다. ‘증언하다’라는 단어는 martyreō(μαρτυρέω)로, ‘증인’이란 의미의 영어 단어 ‘martyr’(순교자)의 어원이 됩니다. 이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걸고 진리를 증거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요한이 본 이 계시는 그가 순교적 자세로 전할 만큼 생명의 본질적 메시지임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계시록은 단순한 종말의 공포가 아니라, 생명과 소망을 전하는 말씀입니다.

복이 있는 자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

3절은 성경 전체에서도 드물게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가 복이 있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복’(makarios, μακάριος)은 단순한 기분 좋은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오는 영적 번영을 뜻합니다. 즉, 계시록은 두렵고 멀리해야 할 책이 아니라, 복 있는 자가 되기 위한 길입니다.

요한은 일곱 교회에 문안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세 가지 모습으로 소개합니다. 그는 "충성된 증인"(믿음의 증언을 완성하신 분),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먼저 나신 이"(부활의 첫 열매), 그리고 "땅의 임금들의 머리"(절대적 통치자)이십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삼중적 사역과 권위를 묘사한 것으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셔서 지금도 다스리시는 살아계신 주님을 선포하는 신앙고백입니다.

특히 5절은 감동적인 구속사의 핵심을 전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사 그의 피로 우리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라는 말씀은 십자가를 통한 구속 사건을 요약합니다. 여기서 ‘해방하다’는 단어는 λύω(lyō)로, 묶인 것을 풀어 놓는다는 뜻입니다. 즉, 죄에 사로잡힌 인생을 그리스도의 피로 자유케 하셨다는 선언입니다. 이 사랑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사랑입니다. 이는 구원의 은혜가 한 사건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우리를 붙드는 능력임을 증거합니다.

6절은 또한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셨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출애굽기 19:6의 언약적 말씀을 신약적 교회론으로 이어주는 대목입니다. 하나님은 단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를 나타내시고, 예배하는 자로 세우셨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단순한 구원받은 존재가 아니라, 사명을 띤 존재입니다.

7절은 구약의 다니엘서와 스가랴서를 인용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예고합니다. “구름을 타고 오시리라”는 이 말씀은 다니엘 7:13을 기반으로 하며, 그리스도의 재림이 능력과 권세로 임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를 찌른 자들도 볼 것이요”는 스가랴 12:10의 말씀으로, 예수를 거절한 자들도 결국 그의 영광 앞에 직면하게 될 날이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 재림은 은혜의 날이자 동시에 심판의 날입니다. 여기서 성도의 신앙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우리는 오실 주님을 두려워함이 아니라, 사랑과 소망으로 기다리는 자로서 살아야 합니다. 그분은 은혜로 우리를 용서하셨고, 다시 오실 때는 우리를 영원한 영광 가운데 세우실 것입니다.

알파와 오메가, 지금도 계신 이

8절은 하나님의 음성으로 끝을 맺습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알파와 오메가는 헬라어의 첫 자와 마지막 자로, ‘시작과 끝’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지 시간적 개념이 아니라, 존재의 총체성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처음과 끝을 주관하시는 분이며, 모든 존재의 궁극적 의미와 목적은 그분 안에 있습니다.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영원성과 전능하심을 압축적으로 담아냅니다. 이는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하신 이름과도 연결되며, 요한복음의 "나는 …이다"(I AM)의 자기 계시와도 맥락을 이룹니다.

성도는 이런 하나님을 믿고 고백할 때, 어떤 세상의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인도하시며, 결국에는 자신이 시작하신 구속사를 완성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먼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도 계시는’ 분이시며, 우리의 고난과 눈물을 아시는 분입니다. 요한계시록은 그 하나님을 다시 소개하며, 끝을 준비하라는 경고가 아니라 소망의 시작을 알리는 초대입니다.

마무리

요한계시록 1:1–8은 이 책의 문을 여는 열쇠이며, 그리스도 중심의 구속사와 하나님의 주권, 성도의 복된 소망을 응축시킨 말씀입니다. 계시의 목적은 단지 미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교회와 성도가 믿음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 말씀을 읽고 듣고 지키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으로 이 책을 피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계획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은혜의 통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자는, 이미 그분 안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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