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빌립보서 2:5 - 2:18 묵상

진정한 동역자의 삶: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를 통해 본 복음의 헌신

복음 사역을 하면서 동역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빌립보서 2장 19절부터 30절은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라는 두 인물을 통해 복음의 동역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본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들을 소개하며, 단순한 일꾼이 아닌,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은 자,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의 본을 보여준 자로 칭찬합니다. 시편을 묵상하듯 이 본문을 깊이 읽으며, 우리 각자가 교회와 복음을 위한 동역자로서 어떠한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디모데: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목회에 헌신한 아들

바울은 19절에서 “내가 디모데를 속히 너희에게 보내기를 주 안에서 바람은 너희 사정을 알므로 안위를 받으려 함이니”라고 말합니다. 바울은 지금 로마 감옥에 갇혀 있지만, 디모데를 통해 빌립보 교회의 형편을 듣고 위로받고자 합니다. 여기서 ‘안위를 받다’는 헬라어 *εὐψυχῶ(eupsuchō)*로, 문자적으로는 ‘좋은 영혼 상태에 있다’, 즉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20절은 디모데에 대해 매우 귀한 평가를 전합니다. “이는 뜻을 같이하여 너희 사정을 진실히 생각할 자가 이밖에 내게 없음이라.” 여기서 ‘뜻을 같이하여’는 *ἰσόψυχον(isopsychon)*으로, ‘같은 영혼을 가진’이라는 의미입니다. 디모데는 단지 바울의 심부름꾼이 아닌, 바울과 동일한 마음, 곧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교회를 돌보는 목회적 동역자였던 것입니다.

21절은 “그들이 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아니하되”라고 하며, 디모데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점을 부각합니다. 오늘날에도 자기 유익과 명예를 구하며 복음 사역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 속에서, 오직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자기 뜻을 내려놓는 디모데와 같은 인물이 얼마나 귀한지를 보여줍니다.

22절에서 바울은 “디모데의 연단을 너희가 아나니 자식이 아버지에게 함같이 나와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였느니라”고 말합니다. ‘연단’이라는 단어는 *δοκιμή(dokimē)*로, 시험을 통과한 신뢰할 만한 인격을 뜻하며, 단순한 능력 이상으로 인격적 정직함과 충성심을 강조합니다. 바울은 디모데를 아들처럼 여기며 복음의 수고를 함께한 자로 소개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교회와 사역자들에게 매우 실제적인 권면이 됩니다. 진정한 동역자는 사역의 열매나 외형이 아니라, 그 마음과 중심에 그리스도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도 디모데처럼, 복음을 위해 겸손히 자기를 비우고 주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에바브로디도: 죽음을 무릅쓴 헌신의 일꾼

25절부터는 또 다른 동역자인 에바브로디도를 소개합니다. 바울은 그를 “나의 형제요,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 된 자요, 너희 사자로 내가 쓸 것을 돕는 자”라고 소개합니다. 이 한 문장 안에 에바브로디도의 사역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형제’는 친밀한 동역자 관계를, ‘수고하는 자’는 συνεργός(synergos), 곧 같이 일하는 자를, ‘군사 된 자’는 *συστρατιώτης(systratiōtēs)*로, 함께 싸우는 전우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바울이 에바브로디도를 단지 사역의 도구가 아닌, 생사를 함께 하는 동반자로 여기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에바브로디도는 빌립보 교회가 보낸 사자로, 바울을 섬기기 위해 로마까지 왔지만, 병이 들어 죽을 병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병중에도 자신보다 교회의 걱정을 먼저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26절에서 “그가 너희 무리를 간절히 사모하고 자기가 병든 것을 너희가 들은 줄을 알고 심히 근심한지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간절히 사모하다’는 *ἐπιποθέω(epipotheō)*로, 깊은 애정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그는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하나님이 긍휼을 베푸사 회복되었고, 바울은 그를 다시 빌립보로 돌려보냅니다. 이는 단순한 병 회복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복음을 위해 헌신한 자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를 드러내는 구속사적 장면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이 에바브로디도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교회와 복음을 섬기는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병들어도 염려가 자신의 고통보다 교회의 걱정인 사람, 이런 사람이 진정한 복음의 사람입니다.

기쁨으로 영접하고 존귀히 여기라

바울은 29절에서 에바브로디도를 다시 교회로 보내며 “모든 기쁨으로 그를 영접하고 주 안에서 그런 자들을 존귀히 여기라”고 권면합니다. 이는 단지 병에서 나았기 때문에 기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의 복음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교회가 존중하고 기억하라는 말입니다.

30절은 그 이유를 밝힙니다. “그가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죽기에 이르러도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아니한 것은 나를 섬기는 너희 일에 부족함을 채우려 함이라.” 여기서 ‘돌보지 아니하다’는 *παραβολεύομαι(paraboleuomai)*로, 자기 목숨을 던지다, 위험에 자신을 내맡기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초기 교회에서 이 단어는 헌신적인 순교자나 자원 봉사자를 칭하는 표현으로 쓰였습니다.

에바브로디도는 단지 바울의 생활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명까지도 복음을 위해 아낌없이 바친 인물이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본받고, 존귀히 여겨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교회 안팎에서 에바브로디도와 같은 헌신자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때로 그들의 헌신은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과소평가되곤 합니다. 이 본문은 그들의 수고를 소중히 여기고, 주 안에서 그 가치를 존중하라는 강력한 권면이 됩니다.

마무리

빌립보서 2장 19절부터 30절은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라는 두 인물의 삶을 통해 복음의 참된 동역자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자기를 비우고,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단지 바울의 조력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에 쓰임받은 복음의 일꾼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러한 동역자처럼, 교회를 위해 충성하고, 복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는 헌신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그 섬김 속에 진정한 기쁨과 영광이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