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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매일성경, 빌립보서 3:12 - 3:21 묵상

by 파피루스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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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시민권자의 삶: 뒤를 잊고 앞을 향해 그리스도를 따르다

빌립보서 3장 12절부터 21절은 바울의 신앙 고백 중 가장 역동적인 표현들이 담긴 부분입니다. 그는 이미 얻었다거나 이룬 것이 아니라고 고백하면서도, 오직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쫓아가며, 하늘 시민권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말씀은 신앙이란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경주이며, 그 끝에는 영광스러운 부활과 변화의 소망이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오늘 시편을 묵상하듯, 우리의 신앙도 이 말씀 앞에서 다시금 점검하고 새롭게 달려가기를 소망합니다.

 

붙잡힘과 달려감: 신앙은 완성된 것이 아닌 진행 중인 여정

12절에서 바울은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얻다'는 헬라어 *λαμβάνω(lambanō)*는 소유하거나 붙잡는 것을 의미하며, ‘이루었다’는 *τελειόω(teleioō)*는 완전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위대한 사도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자신의 신앙 여정을 완성된 것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어 그는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잡다’는 단어가 두 번 반복되는데, 처음은 수동태 *κατελήμφθην(katelēmphthēn)*로 ‘붙잡힘을 당하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능동태 *καταλάβω(katalabō)*로, ‘붙잡으려 하다’입니다. 이는 바울의 신앙의 방향성과 동기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먼저 그리스도에게 붙잡혔기에, 이제는 그리스도의 목적을 붙잡기 위해 자신도 달려가는 것입니다.

이 고백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이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걸쳐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목적을 붙잡아 가는 여정임을 강조합니다. 신앙은 ‘완성된 정체성’이 아니라 ‘진행되는 순종’입니다. 이 고백은 우리로 하여금 매일의 삶에서 게으름이나 자기 만족에 빠지지 않고, 부르심의 목적을 향해 계속 달려가게 합니다.

 

과거를 잊고 앞을 향해 달리는 인생

13절에서 바울은 다시금 강조합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라고 말합니다. 바울은 과거의 실패는 물론, 과거의 성취도 의지하지 않고 잊어버렸습니다. 여기서 ‘잊어버리다’는 *ἐπιλανθάνομαι(epilanthanomai)*로, 더 이상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결단의 표현입니다.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는 다시금 *ἐπεκτεινόμενος(epekteinomenos)*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몸을 앞으로 내밀며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쏟는 동작입니다. 이것은 달리기 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몸을 던지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바울은 이렇게 인생을 단 한 방향, 곧 그리스도를 향한 경주로 이해하고 살아갑니다.

14절에서 그는 “표 때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고 말합니다. ‘표 때’는 *σκοπός(skopos)*로, 명확한 목표를 의미하며, ‘부르심의 상’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예비하신 영광스러운 결말, 즉 부활과 하늘의 상급을 뜻합니다.

이것은 단지 보상을 바라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부르심 자체에 충실하려는 태도이며,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해지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하늘 시민권자답게 살라

17절부터 바울은 실천적 권면으로 이어갑니다.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고 말하며, 모범이 되는 삶을 강조합니다. 바울은 자기 자신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참된 복음의 삶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고 선언합니다. ‘시민권’은 *πολίτευμα(políteuma)*로, 속한 국가, 본질적 정체성을 가리킵니다.

당시 빌립보는 로마의 식민지였고, 시민권을 가진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도시였습니다. 바울은 그들에게, 진정한 시민권은 로마가 아니라 하늘에 있으며, 우리는 그 나라의 백성으로서 이 땅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늘 시민권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요? 바울은 두 부류를 대조하여 설명합니다. 18~19절에서 그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는 자들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들의 특징은 '그들의 신은 배요', '자기의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배'는 탐욕을 상징하며, '영광이 부끄러움'이라는 말은 도덕적 타락과 자기 중심적 삶을 나타냅니다.

이는 곧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를 부정하고, 자기 영광과 육체의 쾌락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그러나 하늘 시민권자는 그 반대입니다. 그들은 세상에 속하지 않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그분의 오심에 따라 우리의 낮은 몸도 영광스러운 몸으로 변화될 것을 소망하는 자들입니다.

21절은 이 소망의 절정입니다. “그는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하게 하실 수 있는 자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 여기서 ‘변하게 하다’는 *μετασχηματίζω(metaschēmatizō)*는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땅의 약하고 수치스러운 몸은 그리스도의 부활의 몸처럼 변화될 것입니다.

이 부활의 소망은 단순한 미래의 보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삶의 방향과 자세를 바꾸는 능력입니다. 하늘 시민권자답게 살아가는 삶은 오늘의 선택을 다르게 하며, 영원을 준비하는 신자의 정체성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마무리

빌립보서 3장 12절부터 21절까지의 말씀은 신자의 삶이 멈춰 선 것이 아니라, 끝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경주임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자신의 과거 자랑도, 실패도 모두 내려놓고 오직 그리스도 예수께 붙잡힌 바 된 그것을 붙잡기 위해 날마다 달려갑니다. 그는 이 땅의 시민이 아니라 하늘 시민임을 분명히 하며, 그 정체성에 합당하게 살아갈 것을 우리에게 권면합니다. 우리도 바울의 고백처럼, 이미 얻은 것에 안주하지 않고,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향해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달려가며, 하늘 시민권자로서의 삶을 영광스럽게 살아가야 합니다. 이 길 끝에는 영원한 부활의 영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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