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없는 예루살렘, 하나님이 친히 울타리가 되시다
스가랴 2:1-13은 선지자 스가랴가 본 세 번째 환상입니다. 측량줄을 가진 자의 환상을 통해 하나님은 예루살렘의 회복과 확장을 예언하십니다. 이 환상은 단지 도시의 물리적 재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위로와 구속의 확장, 그리고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의 약속을 포함합니다. 또한, 포로된 자들의 귀환과 하나님의 임재, 열방의 회복까지 포괄하는 구속사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는 성도라면 이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보호, 계획, 그리고 임재에 대한 신뢰를 되새기게 됩니다.
측량줄을 가진 자: 하나님의 계획과 기대
본문은 스가랴가 "눈을 들어 본즉 한 사람이 측량줄(חֶבֶל מִדָּה, 헤벨 미다)을 손에 잡고"(1절)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사람은 예루살렘의 넓이를 측량하러 간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측량줄'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향해 갖고 계신 계획과 의도를 상징합니다. 예레미야 31:39이나 에스겔 40장에서처럼, 측량은 단지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이 구속하시고 회복하실 영역을 확정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때 다른 천사가 나와 스가랴를 보내며 말합니다. "예루살렘은 성곽 없는 성읍 같이 거주하리니 그 가운데 사람과 가축이 많음이라."(4절) 당시 예루살렘은 성곽이 무너져 방어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백성은 수적으로도 매우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은 현재의 결핍이 아니라 미래의 충만에 있었습니다. '성곽 없는 성읍'(פְּרָזוֹת, 프라조트)은 인간의 방어 시스템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5절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 사방에서 불 성곽(חוֹמַת אֵשׁ, 호마트 에쉬)이 되며 그 가운데에서 영광이 되리라." '불 성곽'은 단순히 위협을 막는 기능 이상의 영적 보호를 뜻합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공동체를 둘러싸는 것입니다. 이것은 출애굽기의 불기둥을 연상케 하며, 하나님이 친히 그 백성의 울타리가 되심을 선언하는 말씀입니다. 묵상하는 우리는 이 장면에서 눈에 보이는 울타리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진정한 방패임을 배워야 합니다.
성곽 없는 도시가 어떻게 안전할 수 있는가? 인간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 견고한 울타리가 되십니다. 묵상의 시간은 우리의 삶을 다시 측량하는 시간이자, 하나님의 보호 안에 거하는 신앙의 재확인입니다.
바벨론에서 탈출하라: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부르심
6절부터 9절은 매우 급박한 외침으로 전개됩니다. "호호 바벨론 땅에서 도피할지어다"(6절). 여기서 '호호'(הוֹי, 호이)는 절박한 감탄사이며, 하나님의 강력한 명령을 담은 부르짖음입니다. '바벨론에서 도피하라'(הִנָּצְלוּ מֵאֶרֶץ צָפוֹן, 힌나츨루 메에레츠 차폰)는 문자적으로는 북쪽 땅에서 탈출하라는 의미지만, 성경 전체에서 바벨론은 단지 지리적 개념을 넘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의 총체로 상징됩니다(계 17-18장).
이는 단순한 귀환 명령이 아닙니다. 영적으로 보면 바벨론은 세상의 가치, 불의, 우상, 교만을 대표하며, 하나님의 백성은 그러한 세상적 삶의 틀에서 빠져나와 거룩한 공동체로 회복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 명령은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우리는 세상 한복판에서 살지만, 세상의 가치에 묶여 있지 않도록 날마다 바벨론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묵상은 바로 이 탈출의 영적 행위입니다. 말씀을 통해 세속의 틀을 깨고, 하나님의 가치로 나 자신을 세워가는 행위입니다.
7절에서 하나님은 "시온아 너는 바벨론에 거하는 딸과 함께 앉아 있으나 도피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시온'(צִיּוֹן, 치욘)은 하나님의 백성을 상징하며, 바벨론에 앉아 있다는 것은 안주하거나 동화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세상과 혼합되는 것을 원치 않으시며, 거룩한 정체성을 회복하길 원하십니다.
8절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눈동자같이 여긴다"고 말씀하십니다. '눈동자'(אִישׁוֹן עֵינוֹ, 이숀 에이노)는 가장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를 뜻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를 연약하고 가치 없다고 여길 때조차도, 우리를 자기 눈동자처럼 귀하게 보호하십니다. 묵상은 이런 사랑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관심과 보호 속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이 아무리 강해 보여도,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자는 결코 버림받지 않습니다.
9절에서 하나님은 바벨론을 심판하실 것이라 선언하시며, "그들이 종들을 노력하였은즉 그들 위에 손을 흔들리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의 손짓은 창조적 능력과 심판의 권위를 상징합니다. 하나님은 정의롭지 못한 자들을 향해 반드시 응답하시며, 그 심판은 구원의 반대면이 됩니다. 묵상은 하나님을 정의의 주로 고백하게 하며, 이 땅에서 우리도 그 정의의 도구로 살아가도록 초청합니다.
하나님이 거하실 예루살렘: 회복과 연합의 종말론적 약속
10절부터는 회복의 절정이 선포됩니다. "시온의 딸아 노래하고 기뻐하라 이는 내가 와서 네 가운데 거하리라"(10절). 여기에 쓰인 '거하다'(שָׁכַן, 샤칸)는 단순한 임시적 방문이 아니라, 장막을 치고 영구히 거주하는 뜻을 가집니다. 이는 출애굽기 25:8에서 하나님의 성막 임재와 연결되며, 요한복음 1:14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ἐσκήνωσεν, 에스케노센)라는 신약의 성취로 이어집니다. 곧 하나님의 거하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완성되며, 새 예루살렘에서는 그 임재가 완전하게 드러납니다(계 21:3).
11절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그 날에 여호와께 속하리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단지 유다의 회복이 아닌, 열방의 구속이라는 구속사적 전개를 보여줍니다. 복음은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에게로 확장되며, 하나님의 나라가 민족의 경계를 초월해 확장되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방도 주께 속하고, 하나님은 모든 민족 가운데 거하십니다. 묵상의 사람은 이 구속의 비전을 마음에 새기며, 자신이 받은 복이 세상으로 흘러가야 할 사명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12절은 하나님이 유다를 "그의 분깃으로 택하시고 거룩한 땅에 다시 예루살렘을 택하신다"고 선언합니다. '분깃'(נַחֲלָה, 나할라)은 기업, 유산, 소유를 뜻하며, 하나님께서 다시 예루살렘을 자기 기업으로 삼으신다는 약속입니다. 이는 단지 지리적 장소를 넘어, 하나님의 임재가 거하시는 거룩한 공동체의 회복을 뜻합니다.
마지막 13절은 모든 육체에게 침묵을 명합니다. "여호와 앞에 잠잠할지어다 그가 그의 거룩한 처소에서 일어나시기 때문이라." 이는 하박국 2:20과도 연결되며, 하나님의 영광 앞에서 피조물은 침묵해야 한다는 경외의 선언입니다. 묵상은 이 침묵의 시간입니다. 세상의 소리를 멈추고,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바라보며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경건의 행위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처소에서부터 일어나는 그분의 역사 앞에, 우리는 잠잠히 기다려야 합니다. 말씀 속에서 그분의 움직이심을 감지하고, 나를 향한 그분의 손길을 신뢰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마무리
스가랴 2장은 회복의 환상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사랑, 보호, 부르심, 그리고 열방을 향한 구속사적 비전을 선포합니다. 성곽 없는 예루살렘은 하나님이 친히 보호하시는 공동체이며, 바벨론에서의 탈출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과의 분리를 요구합니다. 하나님의 거하심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해지며, 우리는 그 임재의 자리로 부름받았습니다. 묵상은 바로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시간이자, 하나님의 측량줄 앞에서 나의 삶을 다시 정돈하는 영적 연습입니다. 오늘도 말씀 앞에 머무르며, 성곽 없는 예루살렘 속 하나님의 임재를 신뢰하십시오. 그분이 우리 가운데 거하십니다.
2025년 8월 매일성경 묵상 본문입니다. 날짜와 요일, 묵상 본문을 정리했습니다. 각 묵상글은 날짜에 표기된 본문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복된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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