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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성경

역대상 26장1절 - 26장32절 묵상

by 파피루스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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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문과 맡겨진 책임: 섬김의 자리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질서

역대상 26장 1절부터 32절은 성전 문지기들과 보물과 성물 관리자의 명단을 소개하는 장입니다. 이 본문은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의 역할이 다양하고 조직적으로 구분되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눈에 띄는 사역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충성을 다하는 자들이 있었고, 하나님은 그 모든 섬김을 기억하십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러한 말씀은 맡겨진 자리를 성실히 감당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임을 일깨워 줍니다. 믿음의 여정을 걸으며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묵묵히 감당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도구가 됩니다.

성전 문지기의 직분: 보이지 않는 자리의 거룩함

1절에서 19절까지는 성전 문을 맡은 자들, 곧 문지기들의 계보와 그 임무를 기록합니다. 이들 가운데는 고라 자손인 므슬레먀와 오벧에돔의 자손들이 언급됩니다. 고라는 과거에 반역을 일으켰던 인물이지만(민수기 16장), 하나님은 그 자손 중에서도 예배의 질서를 지키는 자로 세우셨습니다. 이는 회복과 은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과거의 실수나 실패에 매이지 않으시고, 회개한 자와 그 후손을 사용하여 자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문지기의 역할은 단지 문을 여닫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거하는 장소를 거룩하게 지키는 사역이었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문지기"는 히브리어로 "שֹׁעֵר (sho'er)"로, 이는 단순한 수위가 아니라 ‘문을 지키는 자’라는 영적 책임을 내포한 단어입니다. 이들은 성소의 문을 구별하여 지키며,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도록 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이는 곧 예배의 경계, 거룩함의 경계를 수호하는 사역이었습니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도 문지기와 같은 자들이 필요합니다.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구별하고, 예배의 경건함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이들—이들은 교회의 숨은 기둥과 같습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킬 때 하나님은 그 충성을 귀히 여기십니다.

또한 문지기들은 각 문에 따라 제비를 뽑아 그 직무를 분배받습니다(13절). 이는 앞선 제사장, 레위인, 찬양대와 동일하게 하나님께서 각자의 자리를 친히 정하셨음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작아 보이는 자리라도 하나님의 정하신 사명이라면, 그곳이 가장 복된 곳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보물과 성물의 관리자들: 하나님의 것을 맡은 자의 책임

20절부터는 레위 사람 가운데서 하나님의 전의 보물과 성물의 보물을 맡은 자들에 대한 기록이 이어집니다. 보물을 맡은 자로는 게르솜 자손인 라단의 가족들이 등장하고(20절), 성물의 보물을 맡은 자로는 아므람과 이스할, 헤브론, 웃시엘 자손이 등장합니다(23절).

여기서 "보물"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אוֹצָר (otsar)"로, 단순한 물질적 자산이 아니라 ‘성별된 것’, ‘하나님께 구별된 재물’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맡은 것은 단지 금전적 자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이 드린 예물과 헌신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관리하는 자들에게는 청지기의 정신과 절대적인 정직이 요구되었습니다.

특히 26절에는 셀로밋과 그의 형제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다윗 왕과 군대 장관들이 구별하여 드린 성물까지도 맡아 관리합니다. 여기에는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주신 승리를 자신의 소유로 삼지 않고, 그것을 성전 건축과 공동체를 위한 예물로 바칩니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것을 다시 하나님께 돌리는 삶의 모범이며, 오늘날 우리의 소유와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며, 우리는 그분의 것을 맡은 청지기일 뿐입니다.

우리도 주님 앞에 맡겨진 시간, 재물, 재능을 오차 없이 관리해야 합니다.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 비유처럼, 각자 받은 것에 따라 충실히 관리할 때, 하나님은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해주십니다. 보이는 사역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재정, 행정, 구조적 뒷받침의 자리도 하나님께서 귀히 여기시는 사역입니다.

헤브론 자손의 헌신: 영적 리더십과 공동체 섬김

30절과 31절에는 헤브론 자손들의 역할이 강조됩니다. 그들은 요단 이편에서 여호와의 일을 맡아 이스라엘을 다스리며 모든 성일과 하나님과 왕께 속한 모든 일을 맡았습니다. 여기서 "성일"은 히브리어로 "קֹדֶשׁ (qodesh)", 즉 ‘거룩한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단지 제의적 절기나 행사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구별된 삶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들은 행정과 영적 리더십을 동시에 수행한 자들로, 공동체 안에서 조직과 질서를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윗 왕은 이 헤브론 자손을 조직적으로 조사하며 이 일을 감당하게 합니다(31절). 이는 다윗이 정치와 신앙, 행정과 예배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움직여야 함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자세는 교회 공동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교회의 본질이 영적 공동체라 할지라도, 실제적인 행정과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강한 성장과 운영이 어렵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직분 안에서 리더는 단지 결정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공동체를 돌보고 섬기는 자여야 합니다. 헤브론 자손처럼 보이는 섬김과 보이지 않는 조율을 병행할 수 있을 때, 그 공동체는 성숙한 질서를 갖추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맡은 영역 안에서 충성된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교회에서든, 하나님은 우리의 정직한 헌신을 기뻐 받으십니다.

마무리

역대상 26장은 문지기, 보물 관리자, 행정 책임자 등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 않은 이들의 명단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의 질서와 공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섬김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성소의 문 하나, 성물의 금 한 냥까지도 당신의 거룩한 뜻 아래 맡기십니다. 오늘 우리도 각자 맡은 자리에서 충성을 다할 때,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동역자로 쓰임 받게 됩니다. 작은 것에도 충성된 자를 하나님은 크고 은밀한 일에 쓰십니다. 우리의 삶이 그런 성실한 섬김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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